"좋은 매물 없네"…PEF 7년 만에 투자 감소

입력 2024-06-25 17:19   수정 2024-06-26 00:11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PEF) 투자 규모가 7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高)’ 영향에 따라 인수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것 등이 겹친 결과다. PEF 투자가 움츠러들면서 기업 사업재편 등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팔리지 않은 매물…움츠러든 PEF
금융감독원이 25일 발표한 ‘2023년 기관 전용 PEF 동향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PEF는 기업 443곳에 32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투자액인 36조9000억원(기업 594곳)보다 11.9% 감소했다. PEF 투자가 줄어든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PEF의 국내 투자는 지난해 28조5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1.8%(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투자는 4조원으로 64.9%(7조4000억원) 줄었다. PEF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를 2조5000억원에 사들인 것이 가장 큰 거래였다.

지난해 PEF 투자가 줄어든 것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인수금융 조달이 여의찮았다.

민준선 삼일회계법인 딜부문 대표는 “금리가 뛰면서 인수금융 조달에 난항을 겪은 결과”라며 “향후 금리 방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PEF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하면서 크로스보더(국경 간)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 자산이 팔리지 않은 것도 신규 투자를 억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9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홈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 행진을 이어간 탓에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2017년 4000억원가량에 사들인 화장품업체 에이블씨엔씨도 매각이 여의찮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017년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어 현재 2600억원대에 머물렀다.
올해 분위기 바뀔까…“SK 등에 관심”
PEF를 놓고 ‘먹튀’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고 숨은 회사 역량을 끌어내는 역할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두산그룹은 PEF에 두산모트롤과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두산건설 등의 경영권과 지분을 넘기면서 사업재편에 성공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금리 하락 등 여건만 조성되면 PEF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EF가 투자를 못 한 만큼 ‘실탄’이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PEF 미집행 약정액(드라이파우더)은 37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3.0%(9조3000억원) 증가했다. 드라이파우더는 펀드 운용사들이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을 뜻한다.

올 들어 SK그룹이 계열사 합병·분할·매각 등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 과정에서 PEF 활동 반경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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