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일하면 3000만원"…'지게꾼 알바' 뛰는 겁없는 20대

입력 2024-06-25 18:08   수정 2024-06-26 00:41

국내 마약사범이 지난해 50% 급증한 가운데 10·20대 마약류 사범(9845명) 비중이 전체의 35.6%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마약 범죄자의 75.5%가 무직인 점을 감안하면 구직을 단념하고 쉬고 있는 청년의 마약 중독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마약이 청년층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검찰청의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보다 50.1%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0대(5.3%)와 20대(30.3%) 합계 비중도 역대 최고였다. 국내 마약 사건의 숨겨진 범죄 비율(암수율) 28.57배를 적용하면 10·20대 잠재 마약 범죄자는 28만1271명으로 추산된다.

마약류 사범 대부분이 노동시장 외부에 있는 점은 심각성을 더한다. 무직(26.9%)과 직업 미상(8.5%), 기타(40.1%)를 포함하면 대부분 직업이 불분명하다. 지난달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 청년층은 39만8000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무직 청년층과 10·20대 마약범 급증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텔레그램 면접후 캄보디아 떠나…이틀 체류후 필로폰 숨겨 귀국
국내 배달은 '드로퍼'에게 맡겨…지하철·화장실 '던지기'로 공급
# “드로퍼·지게꾼 모집합니다. 용돈 한두 푼 벌려는 분은 필요 없어요. 인생이 순탄치 않고 정말 어려우신 분 연락 주세요. 월에 며칠만 일하면서 2000만~3000만원, 풀 근무 시 2~3배 가능합니다. ㅌㄹ(텔레그램 아이디): @______.”

무직자인 20대 A씨는 코인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SNS를 뒤지던 중 ‘고액 알바’라는 말에 혹해 마약 ‘지게꾼’(밀반입 운반책)으로 뛰기 시작했다. 공급책과의 접선은 텔레그램을 통해 철저히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캄보디아로 넘어간 A씨는 관광객인 척 이틀간 체류하다 약속 장소에 놓여 있던 필로폰 100g을 신발 밑창에 숨겨 귀국했다. 약속 장소에 필로폰을 놔두고 인증 사진을 보내자 즉시 암호화폐 계좌로 5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입금됐다.
SNS에서 ‘마약 배달’ 구직
구직을 단념한 청년층이 마약류(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상적 방식으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에게 월 수천만원이 통장에 꽂히는 ‘마약류 배달’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엑스(X·옛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구인·구직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공급 사범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밀조·밀수·밀매를 포함한 공급 사범은 지난 1~4월 2581명으로 전년보다 50.3%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산하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검거한 대마 재배 일당도 노동시장 밖의 20대였다. 무직 상태였던 B씨(26)와 알바로 생계를 유지해온 C씨(26)는 2021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서울 중랑구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대마 공장’을 운영했다. 제조법은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유통망도 텔레그램 채널로 손쉽게 구축했다.

10대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6월 인천지검은 중학교 동창 사이인 D군(19)과 E군(19)을 검거했다. 이들은 실업자 F씨(32)를 고용한 뒤 그의 개인 통관고유부호 등을 넘겨받아 독일에서 들어온 팬케이크 조리용 기계에 향정신성의약품(향정) 일종인 케타민 2.9㎏을 숨겼다.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 대표변호사는 “과거 아는 사람끼리 몰래 마약을 거래하던 방식에서 익명의 다수가 SNS를 통해 매매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며 “스마트폰에 능한 10·20대 마약류 사범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징역형 감수하고 마약에 뛰어들어
마약류 유통 구조는 운반책인 ‘지게꾼’이 밀반입한 마약을 국내 배달책인 ‘드로퍼’가 소분해 지하철 사물함과 공공 화장실 등에 은닉하고, 해외 총책이 SNS에 광고를 올려 매수자와 연결한다. 구매 대금은 총책이 고용한 별도 계좌관리책의 대포통장으로 보내지는데, 대부분이 암호화폐 계좌다.

검경 수사의 출발점은 판매 조직 최말단인 드로퍼에게 찍혀 있다. 해외 총책과의 연락 수단인 스마트폰을 가능한 한 빨리 압수해 총책까지 타고 올라가는 방식이다. 텔레그램에 게시된 광고 글은 적발될 때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보내는데, 올해만 634건에 달한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처벌하는 수위가 점점 강해지지만 코인·도박 등으로 신용불량자로 내몰려 구직이 어려운 사회 초년생은 위험을 감수하고 마약시장에 뛰어든다. 이들이 삶을 던져 번 몇백만원은 마약류 총책에겐 푼돈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선 판매책이 밀수 1회당 10배, 많게는 20배까지 이윤을 남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태순 대검찰청 마약과장은 “마약류 밀수가 최소 5년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궁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회 초년생이 많다”며 “마약류 유통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지게꾼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전달책을 말한다. 드로퍼(dropper·국내배달책)는 지게꾼으로부터 마약류를 전달받아 지정 장소에 은닉하는 유통책을 뜻하는 은어.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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