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증액, 기존 가입자엔 '그림의 떡'…재가입 반년새 34건 그쳐

입력 2024-06-26 17:17   수정 2024-06-27 06:35

2022년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250만원씩 받아온 박모씨(70)는 최근 주택연금 제도가 바뀌어 월 수령액을 30만원 늘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택금융공사 지사를 찾았다. 하지만 상담원의 설명을 듣고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로운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선 지금까지 받은 주택연금 전액에 이자까지 붙여 한꺼번에 되갚고, 다시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택연금을 매달 30만원씩 더 받으려면 한 번에 6000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며 “은퇴한 노인이 무슨 수로 수천만원의 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월 수령액 20% 늘었다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주택연금 월지급금(수령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지만, 기존 가입자가 혜택을 보기엔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연금 제도가 현금 없는 고령층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제도 개편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일시에 마련해야 해서다.

작년 변경된 주택연금 제도의 핵심은 주택연금의 ‘총대출한도’가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된 점이다. 총대출한도란 주택연금 가입자가 100세까지 받게 될 주택연금 수령액 등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총대출한도가 늘어나면 동일한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더라도 매달 받는 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70세 노인이 시세가 12억원인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제도 변경 전까지는 매달 276만3000원씩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작년 10월 제도 변경 이후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동일한 주택으로도 수령액이 331만5000원으로 종전보다 55만2000원(20%) 늘어난다.

정부는 작년 10월 이전 가입자도 변경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올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수령액 증액 목적의 주택연금 재가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수령액 증액 목적의 주택연금 재가입은 6개월의 접수 기간 총 34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12만6716명)의 0.03%에 불과한 수치다.
○일시 상환금에 발목
주택연금 수령액을 증액할 기회가 있는데도 기존 가입자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증액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고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 재가입해야 하는 절차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선 기존 주택연금 수령액(대출액)과 이자, 가입 초기에 부과된 보증료(주택가격의 1.5%)까지 상환해야 한다. 가입 기간에 따라 수억원에 달할 수 있는 액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변경된 제도를 자동으로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주택연금은 가입자와 지급을 보증하는 주택금융공사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지급하는 민간 은행까지 대출 약정으로 얽힌 법적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변경된 제도를 사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주택금융공사의 설명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은 3년 이내에 동일한 주택으로 재가입이 불가능한 제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에 따른 고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6개월간 특례를 마련했다”며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적극 행정을 펼쳤다”고 해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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