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부당해고 구제신청…영세 음식점만 노렸다

입력 2024-06-26 17:33   수정 2024-06-27 00:46

근무일 27일 중 25일을 지각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취업 빌런(악당)’ 사례가 꾸준히 등장하는 만큼 경직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채성호)는 해고된 음식점 직원 A씨가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A씨는 대구 북구의 한 음식점에서 2023년 9월 14일부터 월 300만원을 받으며 음식 조리 등 주방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잦은 지각을 이유로 업주로부터 서면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출근 1주일 만인 21일부터 지각을 시작해 해고 때까지 근무한 27일 중 25일을 지각했다. 출근 이후에도 흡연 등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고, 업주의 업무지시를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지각은 해고 사유가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2018년 5월 이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총 14회에 걸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가 근무한 곳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이었고 근무 기간도 열흘에서 석 달 수준에 그쳤다. 대다수 사건에서 업주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분쟁 기간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영세업체들을 상대로 해고를 유도한 뒤 사소한 잘못을 트집 잡아 월급과 합의금을 뜯어내는 취업 빌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한 근로감독관은 “(취업 빌런은) 해고 서면 통지나 해고 예고 수당 지급 등 노동법 규정을 잘 알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을 주로 노린다”며 “근로감독관들이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지역마다 꼭 있다”고 했다.

노동법을 악용하는 취업 빌런은 노동위원회에서 구제 절차를 밟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하고 법원 재판에서도 국선 변호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 패소해도 밑질 게 없다는 식이다. 한 공인노무사는 “사업주들이 기초 노동 질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직된 노동법을 악용하는 행위에 대한 방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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