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4500원' 이 가격 실화냐…"완전 거저 먹는 셈" [현장+]

입력 2024-06-27 21:00   수정 2024-06-28 00:45


"짜장면 한 그릇에 4500원이면 거저 주는거지. 곱빼기로 먹어도 다른 집 일반 짜장면값도 안 된다니까."

26일 늦은 점심시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착한가격 업소' 중국집에서 만난 한 노인은 자리에 앉은 지 15분도 안 돼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 짜장면 가격은 한 그릇에 4500원. 식당의 주된 손님은 인근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다. 그는 "보통 이 동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 중국집을 자주 찾는다"며 "몇천원 더 아껴서 뭐 하겠냐고 하지만, 벌이 없고, 배고픈 노인들한텐 결코 작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착한가격 업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위생과 서비스가 결코 다른 업소에 뒤지지 않는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착한가격 업소에 몰리는 이유다.

이날 볶음밥(6000원)에 막걸리(3000원)를 곁들이고 있던 손님 김모(68) 씨도 "지인들과 들려 군만두에 막걸리 네 병을 먹어도 2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며 "점심이고 저녁이고 이곳에서 보통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중국집이 위치한 곳은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송해길이다. 가게 점주는 "우리 가게는 이 거리에서도 가격이 특히 저렴하다 보니 생활이 힘든 노인분들도 많이 찾는다"며 "운영 시간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 오전 8시30분에 아침 식사하시러 오는 분들이 있어 보통 그 전에 가게를 연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가게도 고물가 여파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짜장면 가격을 2022년에 1000원 인상한 것에 이어 작년에도 500원을 인상한 것이다. 점주는 "3년 전까진 짜장면을 3000원에 팔았는데 도저히 그 가격으론 버틸 수가 없더라"며 "이곳 상권이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 어렵다. 오죽하면 송해길 식당의 최대 경쟁자는 '무료 급식소'란 얘기가 나오겠나"고 말했다.
15% 저렴한 삼겹살·9000원 비빔밥"가격도 맛도 착하다"
착한가격 업소란 2011년부터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고 있는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 각 품목 가격이 인근 지역 상권의 평균 가격보다 낮아야 하고, 재지정 심사 때는 1년 이상 같은 가격을 유지했어야 한다.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된 가게는 쓰레기봉투 무상 제공, 상하수도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지자체는 착한가격 업소 평가시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주방 청결도, 정수기 수질 관리, 화장실 관리 상태 등 위생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지정 이후에도 수시로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한다.

철저한 심사를 통과해야 선정될 수 있는 만큼 착한가격 업소는 그 지역에선 싸고 맛있는 집으로 정평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오후 7시께 찾은 A 고깃집도 주변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착한가격 업소다. 이날도 퇴근 후 고된 몸을 이끌고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직장인들로 대부분의 자리가 꽉 찼다. 부서 회식을 진행하고 있던 김모(37) 씨는 "용산 지역 물가가 좀 비싸냐"며 "부담 없는 가격에 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어 만약 회식 메뉴가 고기로 정해지면 무조건 이 가게로 온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직장인 강모(34) 씨 또한 "가격만큼이나 '맛'이 착하다"며 식당 방문 이유를 전했다. 강씨는 "가격만 착하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격 대비 맛도 좋아야 계속 찾게 된다"며 "이 집은 고기 질과 밑반찬이 이 가격대 같지 않아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은 들려 직장동료와 회포를 푼다"고 말했다.

이 업소의 국내산 생삼겹살 가격은 1인분(150g)에 1만4000원이다. 바로 인근 가게가 같은 중량에 1만6000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약 15%가량 저렴한 편이다. 이마저도 작년에 1000원을 올린 가격이다. 또 점심에 100인분 가까이 나간다는 돌솥비빔밥도 9000원에 찌개와 반찬 5종이 같이 나온다. 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지역의 평균 비빔밥 가격인 1만846원보다 20% 정도 싸다.

높은 물가에도 착한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낮은 마진율이다. 17년 동안 이 식당을 운영해 온 업주 최모(51) 씨는 "질 낮은 고기로 가격을 낮춰서 착한가격 업소를 유지하면 손님이 줄어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직원 두 명의 인건비만 제외하고 그냥 내가 마진을 덜 가져가자는 생각"이라며 "박리다매지만 절대 대충 장사하진 않는다. 맛없고 서비스가 형편없으면 손님은 대번에 알아차리고 발길을 끊는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착한가격 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착한가격 업소 리스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지도는 이달부터 착한가격 업소 위치를 지도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편하기도 했다.
매년 늘어나는 '착한가격 업소'"고물가를 반영한 시대상"
전문가들은 착한가격 업소가 점차 늘고, 각광받는 현상이 곧 물가가 대책 없이 오르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업소를 지정하는 기준인 상권의 평균 물가가 그만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있단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전국에 5895개였던 착한가격 업소는 2022년 6146개, 작년 12월 기준 7172개로 급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부러 착한가격 업소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가게는 없을 것"이라며 "평균 물가가 올라가면서 가격만 유지해도 선정 기준에 포함되는 가게가 많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착한가격 업소의 증가는 곧 고물가가 심화하고, 그만큼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다만 가격을 낮추면 보통 품질과 부수적인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경우도 많은데, 착한가격 업소는 정부가 직접 이를 점검한다는 측면에서 고물가 시대에 적합한 제도"라면서도 "물가 상승 압박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도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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