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골칫거리 환율마저 안정세…쾌속 질주하는 '코끼리' [이슈+]

입력 2024-06-27 12:29   수정 2024-06-27 12:5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도 루피화가 1달러당 83.6루피를 넘으며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인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데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경제 고속 성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인도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도의 기준금리는 연 6.5%에 달하며 외국 자금은 오히려 유입되고 있다.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5조달러(약 6920조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5대 증시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널뛰듯 급등락하던 환율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는 데 더 주목하고 있다. 2013~2014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시작하자 남유럽은 줄줄이 무너지고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외환이 썰물 빠지듯 빠졌다.
통화 변동성 낮춘 모디 총리의 정치 안정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는 어떻게 가장 불안정한 통화에서 안정적으로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루피화 환율의 안정화 추세를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루피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지속했지만, 그 기간 변동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 매체는 루피화 안정의 1등 공신이 모디 정부의 정책의 연속성, 정치적 안정성이라고 꼽았다. 정치 안정이 높은 경제 성장률로 이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로 몰려들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중앙은행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부여하고 재정 적자 규모를 꾸준히 축소하는 등의 선진적 개혁도 시행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회계 등 다양한 서비스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였다. 인도 중앙은행은 벌어들인 외환을 사용해 달러 공급을 관리함으로써 루피화 가치의 변동을 완화했다.

인도 자산이 다른 신흥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예측 가능성과 함께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자 투자는 더욱 몰리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경우 한 해 통화가 강세를 보여 수익을 올렸다가도 이듬해 곧바로 큰 환차손으로 이어지는 등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환율 오름세 완만해질까
JP모간 체이스가 28일 인도 국채를 신흥시장 국채 지수에 포함시키면서 외화 유입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JP모간의 신흥시장 국채지수는 2000억달러(276조7600억원)의 자산을 추종하는 최대 신흥국 채권 지수다. 최대 4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인도의 외환, 금융 시스템이 더욱 안정화하고 루피화 가치도 강세를 띌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인도 당국은 주요 신흥시장 지수 편입으로 인한 부작용에도 대비하고 있다. 핫머니는 일반적으로 공장과 같은 자산 건설에 투입되는 외국인 직접 투자와 달리 단기간에 대량으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금융 투자금이다. 인도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핫머니'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가 이달 끝난 선거에서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으나, 인도국민당(BJP)이 35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쳤다. 기존(303석)보다도 적은 240석을 겨우 얻었다. 정치적 인기를 위해 '돈 뿌리기'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다시 썰물처럼 빠질 위험이 커진다.

이미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노인 무료 건강보험’을 약속했다. 2019년부터 빈곤층 약 80만 명에게만 제공하던 무료 건강보험 제도(PM-JAY)를 70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한다는 공약이다. 리서치회사 노마에 따르면 인도의 7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기준 5245만명에 달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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