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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 규정이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협치는 애당초 기대난망이었다. 요즘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헌법 제46조 ‘국회의원의 의무’를 담은 조항들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2항의 이 조문은 어딘지 어색하다. 어디가 문제일까.
이때 ‘다루어지거나 여겨지다’를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에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어지다’는 믿어지다, 느껴지다, 따뜻해지다 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하게 됨’ 또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니 ‘우선하다’는 자동사, 즉 목적어가 필요 없는 동사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앞에서 본 것처럼 ‘우선시하다’는 다른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즉 목적어를 동반하는 타동사다.
“한국 외교에 대한 깊은 반성과 국익을 우선하는 단호한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이런 문장에 쓰인 ‘우선하는’이 틀린 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우선하다’는 자동사라 ‘무엇이 (~에) 우선하다’ 꼴로 쓰인다. ‘~을 우선하다’가 아니다. “중세시대는 교권이 왕권에 우선하던 사회였다”, “혈연이나 지연보다 능력이 우선하는 사회” 같은 게 그런 문장들이다. 타동사인 ‘우선시하다’는 ‘(무엇)을 우선시하다’ 꼴로 쓰인다. ‘학벌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그 예다. 그러니 헌법 제46조 2항은 시급히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시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로 바꿔야 한다.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민법 제162조 1항) 민법의 채권 소멸시효 규정은 딱히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말이다. 그런데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이상하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면 ‘(무엇)을 완성하다’라고 하지 ‘(무엇)이 완성하다’라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 타동사인 ‘완성하다’를 자동사인 양 잘못 쓴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류가 민법은 물론 상법과 형사소송법에 숱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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