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가 시행령 위법성 판단? 위헌적 발상"

입력 2024-06-28 17:51   수정 2024-06-29 02:07

거야(巨野)가 쏟아내는 위헌적 법안 중에 헌법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국회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당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민형배·천준호 의원과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대통령령(시행령)과 총리령 제·개정 등 행정부 소관 사항에 입법부가 대놓고 간섭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령은 국회가 정한 법률의 위임을 받아 정부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국회가 바로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행령의 위법성을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가 판단해 수정을 요구하는 건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안은 정부 부처가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기 전 그 내용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시행령안을 보고받은 상임위원회는 정부에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입법예고 전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도 거치지 않은 ‘초안’으로, 국회가 사실상 시행령을 검열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시행령이 법률 취지를 어긋나는지를 입법부가 판단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이 법률 취지를 어긋났는지 여부는 국회 상임위가 아니라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헌법학자도 “헌법재판소가 입법부가 정한 법률에 대해 위헌성 여부만 판단할 뿐 ‘이렇게 고치라’고 하지 않는 것은 사법부가 입법부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 의원안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시행령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6개월 후에는 기존 시행령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강제 조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시행령 효력 상실로 벌어질 입법 공백 상황은 내팽개친 무책임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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