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PF 부실 틀어막자 '이자+α' 요구…'깜깜이 수수료' 논란

입력 2024-07-03 09:12  

이 기사는 07월 03일 09: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틀어막았던 시기에 일부 금융기관이 만기 연장 대가로 높은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순위 대출기관 지위를 내세워 연장 대가로 다른 대출기관 모르게 고액 수수료를 받아낸 것이다. 이런 사실이 사업장 공매 처분 과정에서 뒤늦게 수면 위로 불거졌다. 연장 수수료만큼 손실이 커지는 중순위·후순위 대출기관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부실 PF 사업장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속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주단 사이에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장 대가로 연 7% 이자에 9% 수수료 붙여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로 구성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2-21 일대 사업장 중순위 대주단은 최근 대리금융기관 KB증권과 신탁회사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공매 배당금 정산 관련 업무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 사업장은 공매로 넘어간 뒤 KT에스테이트와 라살자산운용이 155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들이 조만간 잔금을 치르면 선순위 지위를 갖는 메리츠부터 자금을 분배받는다. 중순위 대주단은 선순위 대주단이 연장 수수료에 해당하는 72억원은 받아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탁사가 선순위 대주단에 수수료를 분배하게 되면 부당이익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중순위 대주단은 선순위인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이 브릿지론을 연장해줄 때마다 연장 수수료 명목으로 3%씩 받아가고 있었단 사실을 공매 낙찰 후에야 인지했다. 차주인 시행사는 브릿지론을 세 차례 연장하며 선순위 대주단에 연장 수수료로 총 72억원(대출금의 9%)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이자(연 7%)와 별도로 추후 대출금을 갚을 때 지급하는 연장 수수료다. 1% 안팎에 불과했던 연장 수수료는 3·5·6차 연장 때 매회 3%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후취 연장 수수료는 총 9%까지 쌓이게 됐다.
‘두손’ 들어야 드러나는 ‘깜깜이 수수료’
서로 금리를 얼마씩 받아가는진 대출약정서에 나와있지만, 수수료율은 차주와 대주간 개별적으로 계약하게 돼 고액 수수료를 받더라도 다른 대주가 알기 어렵다. 공매 낙찰 시점이 돼야 채권 조회를 할 수 있게 돼 ‘깜깜이 수수료’가 공개되는 식이다. 선순위 대주단 뿐만 아니라 시행사도 다른 대주단에게 수수료를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 알리지 않는다. 다른 대주단까지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수 있단 우려 탓이다. 사업장 곳곳에 숨겨진 연장 수수료가 공매 낙찰과 함께 드러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중순위 대주단은 대리금융기관과 신탁사에 보낸 공문에 “공매 낙찰 이후 대주단이 확인, 통보받지 못한 별도 수수료가 배당 목록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대주단이 인지하지 못한 별도 계약을 체결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행위는 절차를 위반하고 대주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공매 배당 정산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합리적인 선에서 연장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EOD(기한이익상실) 발생 이후 곧장 공매로 넘겼다면 빠르게 회수할 수 있었으나 차주와 중·후순위에 협조해주기 위해 연장을 선택한 것”이라며 “2년간 네 차례 연장해주면서 총 9% 연장 수수료를 받는 것은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反시장적 부실 이연 때문”
금융당국이 PF 경색 사태 이후 PF 부실화를 무작정 틀어막으면서 중·후순위의 부실화가 더욱 막대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PF 대주단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만기 연장에 힘을 쏟았다. 부실을 미루는 정책을 쓰면서 사업성이 정상화되지 못하는데도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에 기댄 이른바 ‘좀비 사업장’이 늘어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좀비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기로 선회하면서 대주단 내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몰랐던 수수료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예정이어서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사업장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면 적은 손실을 보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던 사업장도 선순위 대주단만 수수료로 배불리고 중·후순위는 전액 손실을 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올 하반기 150곳 안팎의 PF 사업장이 경·공매에 나올 전망으로, 이들 사업장에 숨겨진 수수료가 수면 위로 올라올지 주목된다.

한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많은 사업장들이 금융당국의 방치 아래 중순위와 후순위 대출금으로 사업을 연명해오고 있었다”며 “다른 대주단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수수료가 공매 낙찰과 함께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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