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새 게임 만드는 렐루게임즈 "기술 민주화 시대 왔다"

입력 2024-07-01 15:48   수정 2024-07-01 16:04


“실험적인 게임을 선보이는 데에서 그치지 않겠습니다. 딥러닝이 없으면 안 되는 게임, 새로운 재미가 있는 게임, 지속가능한 게임을 내놓겠습니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렐루게임즈는 크래프톤이 딥러닝과 인공지능(AI)에 특화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세운 회사다. 지난 5월 AI 음성 인식 게임인 ‘마법소녀 루루핑’의 앞서 해보기 버전을, 지난달 AI 추리 게임인 ‘언커버 더 스모킹건’을 잇따라 출시했다. 렐루게임즈를 이끄는 김 대표와 신승용 개발실장을 만나 AI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크래프톤 ‘스페셜 프로젝트’의 정체
렐루게임즈는 올해 게임업계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 회사의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게임 내 안드로이드 로봇 4명과 대화하며 범죄자를 찾는 게임이다. 렐루게임즈는 이 로봇의 대화에 GPT-4o를 탑재시켰다. 오픈AI가 GPT-4o를 공개한지 1주 만에 내놓은 성과였다. IT업계를 통틀어봐도 보기 힘든 속도전이었다.


그보다 앞서 내놨던 마법소녀 루루핑에선 AI 기술에 B급 감성을 입혔다. 이 게임 속 AI는 이용자가 외치는 마법 주문 음성의 발음, 성량, 감정 등을 분석해 캐릭터 공격력으로 변환시킨다. 주문을 외치는 게이머가 현실에서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한단 얘기다. AI가 없었다면 기획이 어려운 게임이었다. 김 대표는 “사내 개방형 공간에서 게임 테스트를 처음 할 때엔 병풍 치듯 귀를 막아야 했는데 어느 순간엔 주문을 외쳐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며 개발의 소회를 드러냈다.

렐루게임즈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I를 게임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크래프톤이 가동했던 프로젝트가 이 회사의 모태다. 김 대표는 “AI 분야에서 게임이 다음 트렌드가 될 것이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의견이 있었다”며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AI 적용을 밝히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 이름을 ‘스페셜 프로젝트’로 정하고 이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은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마법소녀 루루핑의 초기 버전을 렐루게임즈가 제작하는 데 들인 인력은 단 3명,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세 달가량이 걸렸을 일이었다. 신 실장은 “딥러닝을 게임에 접목하니 개발 효율성이 늘었다”며 “사람의 후보정 작업이 있긴 했지만 특수효과나 소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AI를 사용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발자, 학습과 변화에 열려 있어야”
렐루게임즈는 AI로 기존 게임에서 찾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사 대부분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도입한 것과 대비된다. 이 게임사가 언커버 더 스모킹건에 챗GPT-3.5 대신 GPT-4o를 도입한 것도 게임 내 로봇과의 채팅에서 더 높은 수준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게임 이용자가 로봇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AI 관련 비용은 렐루게임즈가 부담한다. 채팅 한도도 걸어놓지 않았다.


신 팀장은 “채팅을 많이 이용한 이용자 중에선 게임 판매가에 근접한 비용으로 AI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며 “챗GPT 이용자가 본인 계정을 사용해 게임을 공급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시도하기 위해 (이 비용을 회사가 감수하는 쪽으로) 출혈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내놓을 신작도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렐루게임즈는 AI를 적용한 차세대 방치형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방치형 게임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게임 내 장치를 촘촘히 설계해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게임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임도 구상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하지는 않더라도 재미를 키울 수 있다면 플랫폼처럼 기능을 하는 게임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신 실장의 설명이다.

렐루게임즈는 생성 AI 도구가 널리 쓰이면서 게임 개발의 문턱도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이들도 독자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를 “기술의 민주화”로 정의했다.

그는 “숙련된 프로그래머들만 할 수 있던 개발 업무를 그보다 덜 숙련된 이들도 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왔다”며 “숙련된 프로그래머들도 AI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늘리는 쪽으로 변화를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개발자에게 새로운 걸 배우는 학습 역량과 변화 지향적인 자세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렐루게임즈도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게임 회사가 되겠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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