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대출 조이는 은행, 옥석 가리되 자금 경색 없도록

입력 2024-07-01 17:35   수정 2024-07-02 07:35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온 은행들이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기업대출을 40조원 넘게 늘리며 기업금융 경쟁을 촉발한 하나은행을 비롯해 신한, 우리 등 시중은행이 하반기 들어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수익성 관리로 옮기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하락과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데 따른 조치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린 데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에 기업대출 시장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2021년 말 1065조7000억원이던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올 5월 말엔 1291조6000억원으로 21.2%나 증가했다.

이 결과 기업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한국(126.1%)이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1년간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증가 속도 역시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빨랐다. 이 기간 기업 부도 증가율은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였다. 기업부채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이자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은행권이 대출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돈을 구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파를 겪는 석유화학, 부동산 경기 침체에 흔들리는 건설과 건축자재 업종 등에 비상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옥석 가리기는 필수다.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솎아내야 하지만 일시적 자금 상환 부담에 몰린 기업은 적시에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급작스럽게 대출을 줄여 신용 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작은 도화선이 전체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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