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운전자 역주행에 9명 사망…'고령 운전' 논란 재점화

입력 2024-07-02 07:40   수정 2024-07-02 09:58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68세 운전자에 의해 9명이 사망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행인 9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는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남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운전자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고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차량이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췄다는 점을 근거로 '급발진이 아닌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A씨가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은 A씨의 주장대로 급발전이거나 운전 미숙,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목격자들의 주장대로 사고의 원인이 A씨의 과실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고령 운전자의 자격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년 연속 증가한 3만 9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늘었다.

고령 운전자와 관련한 안전 대책은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현재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아울러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들에게 10~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해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추진 방향에 대해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연구진이 지난 2022년 진행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세부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보다 실질적인 운전 능력이 교통사고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 의무교육 대상자들이 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75~84세 중 운전 능력 1~3등급을 받은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은 60대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등급을 받은 75~79세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과 같은 등급을 받은 80~84세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성별로는 남성 고령 운전자가 여성 고령 운전자보다 교통사고 위험성이 1.6배 높았다. 특히 1~2등급을 받은 여성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모든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보다, 실질적 운전 능력을 꼼꼼하게 점검해 조건부로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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