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자 교통사고 증가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입력 2024-07-02 21:05   수정 2024-07-02 21:06


지난 1일 서울 시내 68세 운전자의 역주행 참사로 9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한국보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가속페달(액셀)을 실수로 밟아도 사고를 막아주는 안전장치 탑재 의무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액셀·브레이크 오조작에 따른 사고가 지난해에만 3000건 이상 발생한 바 있다.

2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달 28일 액셀을 브레이크로 헷갈려 잘못 밟아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 6월부터 발효되는 국제 기준에 따라 차량에 안전장치 탑재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대상은 오토매틱(자동변속기) 신규 차량이며, 구체적인 의무화 시기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전장치를 장착하면 차량이 정지했을 때 전방과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장애물 1~1.5m 앞에서 액셀을 밟더라도 급발진하지 않고 가속도가 시속 8㎞ 미만으로 억제되도록 하며, 차량 내 표시등을 통해 액셀에서 발을 떼라는 경고가 이어진다.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선 자동차 액셀·브레이크 오조작에 따른 사고가 오래전부터 큰 사회 문제였다. 지난해 전체 인구수의 29.1%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이에 따라 안전장치를 탑재한 차량도 2012년부터 판매됐다. 안전장치 탑재율은 2018년까지만 해도 10%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90%에 달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장치 탑재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 구매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일본에서 액셀 오조작 실수로 발생한 사고는 3110건에 달했으며, 38명이 사망하고 4343명이 다쳤다. 또 일본 경찰청이 지난해 사망 사고를 분석한 결과 75세 미만 운전자 실수에 의한 사고는 전체 1673건 가운데 13건(0.8%)에 그쳤지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전체 348건 중 23건(6.6%)이나 차지했다. 아울러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망 사고 원인은 27.6%가 액셀과 브레이크 혼동 등 '부적절한 조작'이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 방침과 별도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운전자 실수에 의한 급발진을 예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엔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 경우에도 실수 여부를 판단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도 나왔다"고 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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