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자동 매매로 연 600%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3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 117억여원을 가로챈 회사 대표와 그 일당이 단체로 검찰에 넘겨졌다. ▶본지 5월16일자 A25면 참조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안모씨와 오모씨 등을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두 사람은 2022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팝콘소프트 대표 이모씨와 함께 투자자로부터 1200억원 상당을 받아 이 중 11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유사수신은 허가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불특정다수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행위를 뜻한다.
팝콘소프트에서 각각 투자자 모집과 사업 운영을 담당한 안씨와 오씨는 지난 2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기소돼 4월 첫 재판을 치른 팝콘소프트 대표 이씨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씨와 함께 실제 거래는 일어나지 않지만,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똑같은 외형을 가진 프로그램 '더불라'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았다.
모집책인 안 씨는 “인간은 AI를 결코 이길 수 없다”며 “이미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AI 트레이딩을 통해 선물지수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피해자들은 "증권사 프로그램같이 당시 화면에 AI가 매매 한 것처럼 나온 거래량과 시세가 그럴싸하다보니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은 전형적인 다단계금융사기(폰자사기)였다. 경찰 조사 결과 팝콘소프트는 운영 과정에서 본부장과 팀장 등 직급별로, 모집한 사람 수별로 수익률에 차등을 두기도 했다.
회사 직원들은 이 수익구조 때문에 투자자 신규 모집과 하위 투자자 재투자에 집착했다. 구속된 안 씨는 중앙대 간호대 1기로 지난해까지 동창회장으로 활동하며 동문들에게 투자를 유도해 피해가 더 커졌다. 동문들이 서로 더 많은 투자이익을 얻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투자자들을 모아서다.
강남경찰서는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범죄에 가담한 관계자 29명 범죄 혐의를 추가로 확인해 검찰에 넘겼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전국 경찰서에 흩어져 있던 피해자 300여명의 고소장을 지난 2월 병합해 수사에 착수한 결과다.
피해자들은 투자금 정산이 멈춘 작년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서울 역삼 경기 성남, 대구 부산 등 전국에 지사를 둔 팝콘소프트에 대한 고소·고발을 지속해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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