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뛰노는 소 보셨나요…식재료가 행복해야 요리도 건강합니다" [인터뷰]

입력 2024-07-09 14:00   수정 2024-07-10 17:17

수입산 소고기의 위상이 달라졌다.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교역량이 늘면서 호주·미 등 주요 수입산 소고기가 고급화됐기 때문이다. 냉동육 위주의 저품질 상품 일색이던 과거와는 달리 냉장육과 채끝, 등심 등 고급 부위 수입이 늘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교역량이 늘어난 덕에 생긴 변화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산 소고기는 더 이상 ‘싼 맛’에 선택하는 재료가 아니다.

특히 호주산 소고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호주산 소고기의 한국 수출량은 약 19만t(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작년 국내 수입육 소고기(검역 기준)의 호주산 점유율은 41%까지 늘어났다. 맛과 품질을 까다롭게 평가해 재료를 고르는 파인다이닝 셰프들도 호주산 소고기를 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논현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트에서 윤남노·박주영·홍신애 셰프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호주축산공사의 '호주청정우 홍보대사(Aussie Beef Mates, ABM)'로 활동 중이다. 호주축산공사는 지난해 기준 15개국에서 25명의 ABM을 선정했는데 한국에선 이들 3명의 셰프가 ABM으로서 호주산 소고기를 활용한 요리 시연과 세미나,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수입·외식·유통업체 등 업계 관계자 대상으로 호주청정우를 알리고 있으며 지난 5월 열린 'ABM 데모 & 고메' 행사에서는 직접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행사 참석자들로부터 비선호 부위 활용도를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호주청정우는 호주의 광활한 목초지에서 자라고 철저한 품질 관리를 거쳐 생산된 호주산 소고기를 말한다.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생산돼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살코기가 풍부하며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높은 게 특징이라고 호주축산공사는 소개했다. 사육 방법에 따라 △근내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의 '목초사육 소고기(Grass-Fed Beef)' △마블링이 풍부해 부드러운 맛과 풍미를 내는 '곡물비육 소고기(Grain-Finished Beef)' △불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부드러운 식감의 '와규(Wagyu)'로 구분된다.

▷왜 호주청정우를 선택했나요.

홍신애(이하 홍)="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소 떼를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나요? 지난해 호주 퀸즐랜드의 한 농장을 방문했는데 소들이 끝이 보이지도 않는 넓은 들판을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봤습니다. 문화적 충격이었죠. 소는 우리 안에 가만히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비록 도축되고 요리 재료가 되겠지만 최고의 사육 시설을 갖춘 복지 축산에 감탄했습니다. 요리의 8할은 재료의 질이 좌지우지 한다고 믿습니다. 행복하게 자란 소가 결국 좋은 식재료이지요. 식재료가 행복해야 요리도 건강합니다."

윤남노(이하 윤)="처음엔 가격 때문에 선택했죠. 같은 부위라면 국내산이나 타 원산지 대비 가격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손님들 반응이 나쁘다면 아무리 싸도 재료로 사용할 수 없죠. 손님들 반응이 좋았어요. 소스를 개발해 다양한 부위로 요리를 해보니 굉장히 맛있는 식재료더라고요."

박주영(이하 박)="호주산은 품질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비교적 균등하며 농장이나 브랜드에 따른 구분이 잘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퀸즐랜드 농장에서 산 고기가 맛있다면 앞으로 이 농장 브랜드를 선택하면 되죠. 소비자 선택권이 보다 더 폭넓게 보장된 편입니다. 덕분에 맛의 편차도 덜한 것이고요."

호주는 청정 환경과 광활한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라기 때문에 소들의 스트레스가 적어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고기를 생산한다. 덕분에 다양한 필수 영양소와 미네랄을 함유해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식재료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소고기 생산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비판받는데, 호주 축산업계는 일찌감치 탄소감축 목표를 세워 2020년 기준으로 15년 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65%나 줄이는 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요.

홍="저도 편견이 있었어요. 요리 재료로 국내산만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호주를 방문해보니 편견이 사라졌어요. 소고기 시장이 국내보다 선진화된 편이라 느껴졌습니다. 넓은 공간을 사육 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는 있겠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자연의 재료라는 점에서 호주산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국내시장에서도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식재료의 사육 환경 개선이 중요하게 논의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 봅니다."

▷실제 업장에서 호주청정우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어떻습니까.

윤="고객들이 한우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한우가 맛있는 고기'라는 인식이 있는 국내 고객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죠. 실제로 한우와 구분을 잘하지 못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호주산이란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보지 않은 손님이 한우 맛집이라며 지인들을 대거 끌고 온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죠."

▷호주산 소고기는 부위별로 어떻게 요리에 쓰나요.

홍="지난 5월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호주청정우 소개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롱사태를 활용해 소고기 강정을 만들었어요. 아롱사태는 지방이 적고 씹는 맛이 좋죠. 마블링이 적어 질길 줄 알았다던 참석자들이 씹는 맛이 부드럽고 맛있다는 호평을 했어요. 아롱사태로 장조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육전을 요리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윤="안심이나 채끝 부위의 경우 국내 여러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인 요리에 많이 활용하는데 이 부위는 많이 접해봤잖아요. 생소한 부위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행사를 통해 호주산 와규 설깃(소 뒷다리 바깥쪽 엉덩이 부분 부위)을 활용한 부르고뉴 스타일의 브레제(찜 요리)를 선보인 적도 있어요."

실제로 국내에서는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주로 구이나 스테이크로 요리하는데 비해 호주청정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구이나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볶음요리, 찜, 수프 등 다양한 요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ABM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예정입니까.

윤="셰프로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는 게 결국 소비자를 위한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아 수요가 적은 특수 부위들을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알리고 싶어요."

박="통상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부위가 주로 소비되곤 하죠. 요리사가 수요가 적은 부위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해 널리 전파하면 결국 그게 사회적 관점에서의 선한 행위인 것 같아요. 버려지는 부위들이 아깝잖아요. 경제적 측면에서도 환경적 관점에서도요. 남는 부위를 잘 상품화해 버리는 식재료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홍="호주 소고기의 장점을 적극 홍보해야죠. 제가 보고 체험한 호주의 동물 친화적인 사육환경을 대중에게 전달해 국내 사육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결국 도축하고 요리해 인간들이 고기를 소비하겠지만, 그 사이 소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동물 복지가 잘 갖춰진 식재료의 소비가 늘면 국내 사육법도 선진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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