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하반기 긴급 민생안정자금으로 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새출발기금을 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10조 늘리고 소기업으로 성장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정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금리 장기화,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등으로 소상공인의 경영악화가 심각하다고 판단,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겠다"며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책의 기본 방향은 비용 부담 완화와 매출기반 구축이다. 경영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금융지원 3종 세트를 추진하고 배달료,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3종 세트는 정책자금 상환연장, 전환보증 신설, 대환대출 지원을 말한다.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연장제도 지원을 받는 대상의 기준이 현재 업력 3년 이상, 대출잔액 3000만원 이상인데 이 기준을 폐지하고 대출 연장시 적용금리를 현 '정책자금 기준금리+0.6%p'에서 '기존 이용금리+0.2%p'로 바꿔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또 지역신용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대출기금을 신설키로 했다. 만기에 전액 갚아야 하는 보증대출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부담될 경우 새 보증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현재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소상공인이 저금리 대출(4.5% 고정금리, 5000만원 한도, 10년 분할상환)로 바꿀 수 있는 대환 프로그램의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현재 요건은 신용도 NCB 839점 이하여야 하는데 919점 이하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영부담 완화책에는 5대 고정비용 부담완화 정책이 담겨있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료, 모바일상품권 이용 수수료,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 관리비 등의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이다. 영세 음식업 소상공인의 배달료는 내년부터 지원할 예정이고,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깎아준 임대인에 주는 세제 지원(인하액의 최대 70% 세액공제) 일몰기간을 올해 연말에서 내년 연말까지 늘려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세 소상공인의 전기료 지원(20만원) 대상을 올 초 발표한 '연매출 3000만원 이하'에서 '연매출 6000만원 이하'로 확대해 최대 50만명이 혜택을 보게 할 예정이다. 또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자동화 스마트 기술보급 지원을 늘린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소상공인의 매출채권을 매입해 소상공인에게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매출채권 팩토링 규모도 늘어난다. 매출채권은 당장 매출이 발생해도 정산을 받기까지 최대 두 달까지 시간이 걸려 필요한 인건비, 원자재 구매비 등을 조달하지 못하는 구조다. 중진공이 이 채권을 받아 소공인이 필요한 자금을 빨리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 완화와 함께 소상공인의 성장촉진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새로 발표된 지원책은 10개 분야별 탑티어 민간 플랫폼사가 유망 브랜드 소상공인을 직접 발굴해 일대일로 밀착지원하는 'TOPS(Top platform's Onlinesales Package for Small business) 프로그램' 신설이다. 10개 분야는 오픈마켓, 위치기반, 라이브커머스, 식품, 패션, 생활리빙, 뷰티 등이다. 자신만의 브랜드, 스토리, 콘텐츠를 가진 소상공인을 플랫폼 업체가 직접 발굴해 '스타 소상공인'으로 키우고 해외 진출을 연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성장 사다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소상공인의 소기업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마일스톤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소상공인을 졸업할 수 있는 후보기업에겐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용자금 최대 2억원을 주고, 소기업으로 실제 성장한 기업에겐 추가자금으로 중진공의 자금 최대 5억원(3회 분할)까지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소상공인 졸업후보기업의 기준은 소기업 매출 상한(업종별 10억~120억원)의 30% 이상 매출을 올리면서 상시 근로자 수가 소상공인 상시 근로자수 상한(업종별 5~10명)보다 1~2명 적은 기업이다.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도 돕는다. 유망 소상공인이 해외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고 제품 현지화, 번역 등을 돕는 지원대상을 올해 1100개까지 늘린다. 밀키트, 화장품, 의류, 패션잡화, 문구, 완구 등 소상공인 수출 유망 소비재를 선정해 해외 바이어와의 상담을 연결해주는 등 수출계약 체결을 지원한다.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지원금도 10조원 늘어난다. 새출발기금을 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재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육을 이수할 경우 채무 원금 감면율을 10%p 올려주며, 교육 이수 후 취업이나 재창업에 성공할 경우 신용회복을 돕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폐업 점포를 철거하고 원상복구하는 데 평균 500만원가량 들어 이 비용이 부담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현행 철거비 지원금 최대 250만원을 최대 4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정책정보를 한번에 알 수 있도록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원스톱 플랫폼을 가동키로 했다. 소상공인24, 새출발기금, 서민금융 잇다, 고용24 등의 홈페이지에 소상공인 지원분야별 정책과 지원정보를 안내하고 중기통합콜센터(1357)에 소상공인 전용 안내채널을 추가한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먼저 소상공인의 필수적인 비용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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