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지수가 3개월 만에 40,000선을 돌파했다. 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올해 도입된 새로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계기로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다. 일본 기업의 정책보유주(투자 목적이 아닌 기업 간 상호 보유한 우호 지분) 매각에 따른 매도 압력이 높지만, 개인과 외국인이 매수세를 주도하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등 일본 4개 거래소는 지난 2일 ‘2023년 주식분포 현황’을 발표했다. 개인 주주는 전년 대비 462만 명(7%) 증가한 7445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사 주주 수를 단순 합산한 전체 인원이다. 중복 인원을 빼면 2023년 10월~2024년 3월 기준 152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6만 명 증가했다.
개인 주주 확대는 ‘신 NISA’ 덕분이다. 개인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연간 투자 한도와 비과세 보유 한도를 두 배 이상 늘리고, 비과세 보유 기간을 무기한으로 바꿨다. 적립 투자형(투자신탁)은 연간 120만엔, 성장 투자형(상장주 등)은 240만엔까지 투자할 수 있다.
3월 말 기준 NISA 계좌 수는 약 2322만 개로, 작년 말 대비 10% 증가했다. 2014년 기존 NISA가 도입된 이후 작년 말까지 누적 매입액은 35조엔 규모였는데, 올해 1~3월에만 6조엔이 늘었다.
1~5월 NISA 계좌 매입액 중 80%가 성장 투자형이었다. 이 가운데 개별 주식이 60%를 차지했다. 투자신탁에선 해외 주식형이 인기지만, 개별 주식은 90% 이상 일본 주식으로 채워졌다.
일본 10대 증권사 기준 1~5월 NISA 계좌를 통한 매수 종목 1위는 일본 최대 통신사 NTT(1115억엔)였다. 작년 6월 말 주식을 25분할해 주당 1만5000엔 정도면 살 수 있어 젊은 층에 매력적이다. 2위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743억엔), 3위는 일본담배산업(JT·738억엔)이었다. 공통점은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점이다.
미쓰비시UFJ는 올해까지 4년 연속 배당을 늘릴 계획이다. JT는 배당 성향 7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당수익률은 4%대로, 닛케이지수 종목 평균(2%)을 두 배가량 웃돈다. 이어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상사, 일본제철, 다케다약품공업, KDDI, 아스텔라스제약, 소프트뱅크 순으로 4~10위를 차지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개인 투자자의 존재감은 다소 떨어진다. 금액 기준 개인 주주 비율은 0.7%포인트 하락한 16.9%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닛케이지수가 과거 최고치(1989년 38,915)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고령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신 NISA의 적립 투자형은 장기 투자가 전제여서 매도가 쉽지 않다”며 “자금의 세대교체는 4~6월 흔들리던 닛케이지수가 40,000선을 회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본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외국인 주주다. 외국인의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은 31.8%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상장사에 ‘자본 비용을 의식한 경영’을 요구하면서 개선에 나선 일본 기업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반면 사업회사는 주식 매도자로 돌아섰다. 사업법인의 주식 보유 비율은 19.3%로, 2022년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은 과거 ‘안정적 주주 만들기’ 일환으로 거래처 등 주식을 서로 나눠 가졌다.
그러나 ‘경영 규율이 느슨해진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최근 정책보유주 해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정책보유주를 포함해 총 3300억엔의 주식을 매각했다. 정책보유주 매각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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