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린이날은 5월 첫째 월요일?" 정부, 요일제 공휴일 추진

입력 2024-07-03 15:06   수정 2024-07-03 15:08



정부가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요일제’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린이날·현충일 등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공휴일을 월·금요일로 지정해 ‘연휴’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 경직적인 휴게시간 제도를 손봐 근로자들의 휴게시간 선택권을 높이고, 월급제 중심의 급여체계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는 3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공휴일 제도의 개선방안을 살펴보기 위한 연구용역에 나선다고 밝혔다.

요일제 공휴일은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몇 월 몇 번째 무슨 요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긴 연휴를 보장하기 위해 주말과 붙어 있는 월요일 혹은 금요일에 지정한다. 예컨대 어린이날을 ‘5월 5일’이 아닌 ‘5월 첫 번째 월요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고 있다.

요일제 공휴일은 근로자들의 연휴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긴 연휴로 관광업 등 내수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경제 효과에 대해 생산 유발액 4조2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6300억 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휴일을 보장하기 위해 2013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법정 공휴일 15일 중 신정(1월 1일), 현충일(6월 6일)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대체공휴일은 평일 중간에 휴일이 낀 ‘징검다리 휴일’로 인한 비효율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지 않는 공휴일도 남아 있어 연도별 공휴일 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요일제 공휴일의 효과와 국민들의 공감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공휴일을 요일제로 바꾸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해피먼데이’ 제도를 통해 공휴일의 일부를 월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성인의 날(1월 2번째주 월요일) △바다의 날(7월 3번째주 월요일) △경로의 날(9월 3번째주 월요일) △체육의 날(10월 2번째주 월요일) 등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날로 지정을 하고 있다.

특정 날짜에 기념일은 그대로 두되, 휴일만 요일제로 옮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은 1971년부터 ‘월요일 공휴일 법’에 따라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적용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의 날(1월 3번째주 월요일) △대통령의 날(2월 3번째주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 (5월 마지막주 월요일) △노동절(9월 1번째주 월요일) △콜럼버스 기념일(10월 2번째주 월요일)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과 달리 콜럼버스 기념일, 마틴 루터 킹의 날 등 특정인물을 기리는 날도 그 사람의 탄생일이 아닌 요일제로 도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래의 공휴일이 가진 의미를 잃게 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체공휴일, 요일지정 휴일제 등을 규정하는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국민휴일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에서 본래의 공휴일이 가진 의미를 잃게 한다고 반발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한다”며 “대체 공휴일 확대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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