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고령자 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건부 면허’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점차 확산할 전망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65세 이상 1종 대형면허 소지자는 총 7만4428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말 3만3727명에서 10여 년 만에 2.2배로 불어난 셈이다.
고령 운전자 증가와 맞물려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 건수는 2005년 6165건에서 2015년 2만3063건, 작년 3만9614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월 서울 연신내역 9중 연쇄 추돌 사고와 3월 구룡터널 교차로 7중 추돌 사고 운전자도 각각 70대, 80대였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차 사고는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 승용차 사고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고령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운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미국과 호주처럼 주간 운전만 허용하거나, 장소 및 거리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자에겐 지역 내 주행시험을 거쳐 거주지 주변에서만 운전하도록 허용하는 등의 방안이다.
류준범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노화로 저하되는 인지능력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개인 역량에 따라 운전면허를 발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75세부터 차량 운전이 포함된 인지기능 검사를 통과해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한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대해 경찰은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서 운전자 A씨가 인도 돌진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은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차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식 중이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에서 차량의 보조브레이크 표시등이 켜지지 않는 등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차량이 멈춘 주변에서 차량에서 흘러나온 부동액과 엔진오일 등 유류 흔적을 찾았고,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인 ‘스키드 마크’는 확인하지 못했다.
정희원/김다빈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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