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터 금까지…하반기 포트폴리오 전략 [더 머니이스트-NH WM마스터즈의 금융톡톡!]

입력 2024-07-09 07:00   수정 2024-07-09 17:03


흔히 투자할 때 거시경제를 '숲', 미시경제를 '나무'에 비유하곤 합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채권 투자자는 금리, 인플레이션과 같은 숲을, 주식 투자자는 기업 실적, 산업동향과 같은 나무를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다른 셈이죠.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자산 배분이 각기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숲을 보겠습니다. 경기는 견조하며 인플레이션도 안정화하는 상황 속에서 고용은 완만하게 둔화하는 모습입니다. 나무를 보면 인공지능(AI) 섹터의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챗GPT, 구글 제미니(Gemini),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 등 AI 혁신의 결과물들이 이미 사용자에게 큰 효능감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주도한 미국 증시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점검해 보겠습니다. 아울러 하반기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울 때 자금의 성격 별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의 국내총생산(GDP) 추세로 복귀했습니다. 주요국과 상황을 비교하면 월등히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며 피로감은 상당하지만, 이를 재정 정책과 AI 투자 등으로 상쇄하며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세는 안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채권금리도 내려가는 상황입니다.

강하지만 서서히 둔화하는 경기, 그리고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도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또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드디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급격한 경기침체에 의한 금리 인하가 아닌, 향후 경제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보험성 금리 인하의 성격이기 때문에 시장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주식과 채권 모두의 가격을 상승시킬 요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이 있는 해, 대선 직전 3개월보다 이후 3개월의 평균 수익률이 좋은 점을 감안하면 대선(11월 5일)을 기준으로 전략을 짜 보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상품별 장점 활용해 투자 고려해야"
먼저 단기채 펀드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준금리가 높다'는 것은 단기금리가 높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아직 기준 금리가 인하되지 않은 현재, 단기채 펀드를 활용하면 유동성 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채 펀드보다 초과수익을 노리는 경우에는 채권의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이 조금 더 긴 중·단기채 펀드 운용을 제안합니다. 모두 만기가 짧아 금리하락에 의한 자본차익은 크지 않지만 중·단기채의 쿠폰수익률이 조금 더 높아 전체 수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살펴볼 상품은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입니다. 현재 기준 3% 후반대의 금리를 5년간 확정해주는 유형의 상품입니다. 고정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던 20022년 말 5% 후반대의 확정금리와 비교하면 현재 수익률은 약 2%포인트 낮은 상황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3% 후반대의 금리는 아직 매력적입니다.

또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의 매력은 금리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연금전환특약을 활용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 추가 부담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 중도인출 기능을 활용한다면 유동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장점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기를 권합니다.

장기채 펀드도 매력이 있습니다. 채권 금리의 하락 예상 시점이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는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경우도 다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금리 하락이 가시화되며 이자수익 외에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까지 기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장기국채 등에 투자한다면 급격한 경기침체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리인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물가에 따라 금리가 재차 변동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미국·국내 모두 AI 관련 섹터에 주목해야"
다음으로 미국 증시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동성과 실적에 기반한 상승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부담된다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같은 지수 투자를 권합니다. 지수 내에 기술주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기술주 투자와 더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가 가능합니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경우라면 AI 섹터를 장기적으로 보유할 것을 제안합니다.

국내의 경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섹터 중심의 투자를 추천합니다. AI 혁신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모바일, PC, 서버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 시장의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발표될 세법개정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질 개선을 통한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기대합니다. 세법개정안 발표 시기와 예산안 국회 통과 시기 등의 타임라인을 보며 투자 타이밍을 잡아 볼 것을 권합니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금 보유 추천"
보통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다만 2022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매수세로 실질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금 보유를 추천합니다. 올해 하반기 금이 조정을 보일 때마다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합니다. 향후 금리 하락에 의한 금 가격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으며, 더불어 혹시 모를 경기침체에도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선 예측이 아닌 대응이 필요합니다. 시장은 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여섯 번의 금리인하를 예상했지만 이제야 첫 번째 금리인하가 가시권 안에 들어온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숲과 나무를 꾸준히 보는 사람은 그간의 물가, 산업 섹터 등을 보며 꾸준히 대응할 수 있고 올해와 같은 상승장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반기에도 성공적인 자산 관리 기원하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정열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전문위원

'NH WM마스터즈'는 농협금융지주와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자산관리 관련 최정예 전문가 집단으로, 리서치에 기반한 투자전략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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