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환자가 의사에게 집도 줬다"…의대 교수 발언 논란

입력 2024-07-04 17:21   수정 2024-07-04 17:46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사와 정부의 갈등이 5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한 의과대학 교수가 정부가 의사들에게 내린 진료 유지명령 등 각종 행정명령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4일 열린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22주년 기념 의료정책 포럼에서 "기본적으로 조선시대 후기까지 우리는 직업으로서의 의사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일본이 식민지인 조선에 의사 경찰 제도를 들여왔다"며 "식민지 시절 일제는 국가가 보건의료와 위생 문제를 관할한다는 인식을 주입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1944년 조선의료령이 만들어졌으며 당시는 태평양 전쟁 말기여서 일제의 난폭함이 극에 달했다. 조선인 의사들과 병원 시설을 전시 목적으로 징발하고자 했는데, 지금의 행정명령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의료령은) 조선 총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의료 관계자에게 총독이 지정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있게 했고, 이후 우리나라가 1951년 의료법을 만들면서 이를 베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어느 나라나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게 정당화될 수 있지만, 전시나 심각한 보건 위기 상황이 아닌데 (지금) 명령을 남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두고도 "1977년 유신 헌법 때의 일이며 지금은 유신 체제를 독재, 권위주의 체제라고 부정하고 있는데도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가는 기본적으로 이런 (유신체제적) 생각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대통령은 제때 치료받게 하는 게 국가의 헌법적 책무라고 얘기했는데, 의사의 재산권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특정 직역(의사)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유보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기본적으로 의업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며 "예전에는 그래티튜드 페이백(gratitude payback)이라고 환자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사에게 집 한 채를 주기도 했고, 의사들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달걀 두 줄 받고 치료도 해줬다. 환자와 의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적 관계로서 서로 (대가를) 조율하는 것이지 누군가(국가) 개입하는 게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또 의료 공백 사태에서 의사가 악마처럼 비친 탓에 향후 한국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전국 40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제16차 성명을 내고 "의료계와 협의하기로 한 의정 합의서를 파기하고 초법적으로 증원 정책을 추진해 촉발된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이 의료 농단과 교육 농단을 일으켰다며 이들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 2천명 증원 정책으로 의학교육 현장은 붕괴하고, 그에 따라 공공·필수·지역의료에 필요한 인력 조달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대책도 없는 무능한 정부는 이제라도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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