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상으로 미수금 증가에는 일단 제동이 걸리겠지만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스공사 총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46조9000억원에 이른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산업용은 지난해 11월 이후 동결해온 한국전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두 공기업의 부채는 250조원 규모로 하루 이자 비용만 170억원에 달한다. 이런 부실은 인공지능(AI), 반도체산업 등에 필요한 전력망 확충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 배관 투자마저 위축시켜 국가 산업 경쟁력은 물론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할 지경이다.
그 배경에 ‘요금의 정치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고물가 시대에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낮은 에너지 요금은 현재를 위해 국가 미래를 희생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올해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와 AI발 전력 수요가 겹치면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 매번 여론을 살펴 요금을 ‘찔끔 인상’하는 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정치가 좌우하는 기형적 요금 결정 구조를 바꿔 원가와 수요에 연동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는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국가 에너지 생태계가 무너지기 전에 서둘러 시장 기반 요금체계 확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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