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이 지난 1월 SK매직의 주방가전 사업부 인수 의사를 밝히자 업계에선 합병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팽배했다. 주방가전 시장의 성장성이 크지 않은 데다 SK매직의 해당 사업(전기·가스레인지, 전기오븐) 매출이 최근 몇 년간 감소·정체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애초 2월로 예정됐던 본계약 시점이 5월로 미뤄지자 시장에선 부정적인 뒷말이 나왔다.
이번 인수 계약을 총괄한 김용범 경동나비엔 영업·마케팅 총괄 임원(부사장)은 8일 이런 우려에 대해 “이번 인수로 주방가전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회사의 공기질 관리시스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실내 공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후드·환풍기 등 여러 기기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기청정기는 유해가스를 처리할 수 없고 후드나 환풍기 하나만으로는 요리 매연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은 SK매직의 주방가전과 기존 자사 제품인 환기청정기를 통합해 ‘공기질 관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레인지나 오븐으로 요리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며 “후드가 공기질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풍량을 조절하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은 만큼 실내공기질 관리시스템 사업 영업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게 회사의 관측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달 해당 사업 영업을 담당할 생활환경사업본부를 50명 규모로 꾸렸다.
경동나비엔은 실내공기질 관리 솔루션과 보일러, 온수매트 매출을 합쳐 현재 4000억원 규모인 내수 매출이 2028년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건설사들도 SK매직 주방가전사업부 인수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에 설치할 공기질 관리 통합 솔루션 견적을 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했다. 이어 “여러 제품을 연동할 수 있는 데다 턴키(일괄 수주) 방식으로 보일러와 주방가전을 넣으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회사의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란 게 회사 측 계산이다. 김 부사장은 “보일러는 꼭 필요한 제품이지만 구석에 설치돼 브랜드를 알리는 게 어려웠다”며 “주방가전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노출이 잦아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방가전 신규 브랜드인 ‘나비엔매직’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초에나 론칭할 예정이다. 그는 “경동나비엔 공장으로 설비를 옮긴 뒤 인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이 보일러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생활환경 솔루션 기업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접점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남양주와 의정부에 체험 매장인 ‘나비엔하우스’ 공동 1호점을 개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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