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난 종목 왜 못 팔까…"언젠간 대박" 악순환 사슬 못 끊어

입력 2024-07-09 16:42   수정 2024-07-09 16:43

비자발적 장기투자. 손실이 난 종목을 투자자가 오래 방치하고 있는 상황을 우스갯소리로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방치된 종목은 원금 회복을 기원하는 투자자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더 팔기가 싫어지고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자가 되고 만다. 왜 손실 난 종목을 팔기가 이렇게도 힘든 것일까. 행동경제학의 관점을 빌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한 이유
우선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작용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예민하게 대응하며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아모스 트베르스키 교수가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1000달러를 잃을 가능성이 50%인 첫 번째 선택지와 450달러를 잃을 가능성이 100%인 두 번째 선택지가 있을 때, 사람들은 첫 번째 선택지를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 기댓값 측면에서 첫 번째 쪽의 손실이 더 크지만 손실을 100% 확정 짓는 것이 더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손실 난 주식의 매도가 어려운 이유다.

두 번째, 그 주식의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과잉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나의 매수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 시장의 신호나 다른 의견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주식을 팔지 않아야 할 이유를 적극적으로 찾게 되기도 한다. 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서 확증 편향은 더 강화될 위험성이 있다. 정보가 다양해지면 관점에 균형감이 생겨야 할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오히려 시각이 편협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2019년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여자들은 정보의 양과 처리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군중심리에 휘둘리는 개인
셋째, 비록 손실 중이지만 동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동조하며 안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즉, ‘군중심리(Herd Mentality)’에 휘둘리는 경우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인지하고 그에 발맞추려는 능력은 사회생활에서는 미덕이지만 안타깝게도 투자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베네데토 드 마르티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동료들과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타인의 생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들은 군중심리의 영향에 취약해, 자산 가격에 버블이 형성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자산 가격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결국 비합리적인 투자 결정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투자 과정에서 심리 편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키워 나가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점검하며 편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스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정하고 매도 원칙을 분명히 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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