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을 받고도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해 수억원의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의료진과 가짜환자 등 조직형 보험사기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부산경찰청은 보험사기 전문병원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실손보험금을 타낸 의료진과 가짜환자 등 103명을 검거하고, 그중 병원장 A씨(50대)와 간호사 B씨(60대)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의료법위반, 허위진단서작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6월13일부터 올해 3월 초까지 부산 사상구 한 한방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피부미용이나 보약(공진단)을 제공하고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한의사인 병원장 A씨는 도수치료, 고주파 등 양방 진료 기록을 위해 고령의 전문의 C씨(70대)를 형식적으로 채용하고, 간호사 B씨에게 C씨 명의를 이용해 허위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병원 직원 등은 가짜환자들을 유치해 치료비의 10%를 알선 수수료로 받는 등 브로커 역할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모집하기 위해 일부 환자에게 결제 금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실장 겸 간호사인 B씨는 브로커를 통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고, B씨 명의로 가짜환자들에게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작성·발급해줬다.
가짜환자 96명은 공진단, 피부미용 시술 등을 받고, 도수치료 영수증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실손보험금을 타냈다. 1인당 평균 1000만원, 최대 4100만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에는 보험설계사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관계자들은 빨간색(공진단), 파랑색(피부미용) 등 도수치료 명부에 보험사기 유형을 색깔로 구분하고, 단속을 대비해 주요 증거물을 은닉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는 의약품을 독점으로 구매하는 대가로 의약품 공급업자 D씨(30대)와 리베이트 계약을 맺고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비급여 의약품의 경우 가격 책정이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원가의 4배 가격으로 의약품을 거래하고, 환자에게 20배 가까이 가격을 부풀려 마진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한의사, 전문의, 간호사,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의 부동산 2억5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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