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을 시작한 신참 비서는 최신 판결과 판단기준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2분 정도 지나자 '뚝딱' 수행했다. 이 비서의 월급은 9만9000원. 어지간한 신입 변호사의 업무를 대신할 정도다.
이 비서의 정식 명칭은 '슈퍼로이어'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가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형 법률비서 서비스를 선보인 것. 월 9만9000~19만8000원만 내면 법률 검색, 서면 초안 작성, 문서 요약, 사건기반 대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슈퍼로이어는 최근 판례와 공공기관 경영성과급 판례를 토대로 판단기준을 2분 만에 정리해 제시했다.
슈퍼로이어는 법률가들을 대상으로 출시된 서비스다. 법률가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용도로 출시됐다.
법조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슈퍼로이어 가입변호사 수는 1254명으로 집계됐다.
로앤컴퍼니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러 기능을 시연했다. 이 자리에서 직접 1심 판결문을 슈퍼로이어에 업로드한 다음 '원고 입장에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항소요지와 의견서 초안 작성해줘'라고 요청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이 저성과자로 찍혀 해고당한 사건을 다룬 판결이었다.
슈퍼로이어는 항소요지를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초안을 제시했다. 초안은 "원고는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IT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도 회사는 원고에게 업무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원고가 정상적인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며 "회사가 시행한 저성과자 프로그램과 대기발령은 원고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뒤이어 제시된 의견서 초안은 △사실관계 △원고 주장 △결론으로 구분해 완성됐다. "해고는 무효"라는 주장에 더해 회사의 불법행위(부당해고)에 따른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슈퍼로이어가 주장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5000만원이다.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검사가 신문할 예상 내용을 토대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의견을 작성해달라거나 최후변론을 정리해달라는 요청도 가능하다. 피고인 입장에서 최후진술을 작성해줄 것을 요청할 경우엔 비법조인인 점을 고려해 법률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답변이 제시된다.
리걸테크 업계를 압박해 왔던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분쟁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슈퍼로이어는 변협과의 갈등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슈퍼로이어는 사용자를) 법률가로 한정했고 의뢰인에게 나가는 답변은 변호사 이름으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변협 내부 규정 위반이 전혀 업는 걸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슈퍼로이어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없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을 맡은 안기순 이사는 "슈퍼로이어 개발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할루시네이션 최소화"라며 "이를 위해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답변 전 로앤컴퍼니의 방대한 법률 정보를 바탕으로 질문과 관련된 데이터를 찾아 생성형 AI에 참고 데이터로 제공해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로이어는 이미지 PDF를 텍스트 변환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는 국내 AI 서비스 중 슈퍼로이어만 제공하는 것이다.
로앤컴퍼니는 법무법인이나 기업 법무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슈퍼로이어 엔터프라이즈'도 준비 중이다. 내부 데이터 유출이 우려될 경우 자체적으로 슈퍼로이어를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엔 글로벌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공동 개발 중인 국내 최초 한국 법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파운데이션 모델 '솔라 리걸'이 활용된다.
로앤컴퍼니는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슈퍼로이어를 안착시키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동시에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법률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법률가들이 AI의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슈퍼로이어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법률가 여러분을 AI 시대로 안내할 가장 신뢰받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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