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까지 국내 여성문학 작가와 작품의 역사를 집대성한 선집이 발간됐다.9일 서울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한국 여성문학 선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박혜진 민음사 한국문학팀장은 “여성문학 선집이 최초는 아니지만 기존 선집은 시대적, 장르적으로 제한돼 있었다”며 “이번 선집은 근현대 100년을 통틀어 소설, 시, 희곡뿐 아니라 잡지와 독자 투고, 노동 수기 등 다양한 글쓰기를 총망라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집은 국문·영문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이 2012년부터 시작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까지 시기별로 국내 주요 여성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정리해 총 7권에 나눠 담았다. 김양선 한림대 교수는 “‘왜 우리에겐 영문학의 <노튼 여성문학 앤솔러지>와 같은 여성문학 선집이 없는가’란 의문에서 시작했다”며 “시대마다 독자적인 개성을 갖추고 문학적 전환을 마련한 여성문학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는 작업이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문학사에선 통상 나혜석의 <경희>(1918)를 여성문학의 원류로 보지만, 이번 선집은 그보다 20년 앞선 1898년 <여학교설시통문>을 여성적 글쓰기의 원류로 본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이다. 이번 선집엔 1980년대 최명자, 정명자 시인 등 기존 문학사와 여성문학 연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이름도 다수 등장한다.
선집 전 7권 중 양적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부분은 1980년대를 다룬 6권과 1990년대를 다룬 7권이다. 총 3256쪽 중 두 권의 분량이 절반에 육박한다. 1990년대 편에서 다루는 여성 문인들은 시인 천양희 최승자 김언희 김정란 김혜순 최영미 허수경 나희덕 등과 소설가 최윤 은희경 공선옥 공지영 신경숙 배수아 한강 등이다. 7권 편집을 맡은 이명호 경희대 교수는 “1990년대 들어 한국의 여성문학은 더 이상 주변이 아니라 중심부로 진입했다”며 “이젠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에 여성 작가가 다수를 차지할 만큼의 성취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집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통해 북 펀딩으로 사전 주문을 받았다. 2주 동안 295세트(약 2800만원 상당)를 주문받아 예상보다 2~3배 이상 팔렸다고 민음사는 전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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