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사 때 개발한 소재가 '신의 한 수'…"日 독점 깬다"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4-07-10 10:00   수정 2024-07-10 10:12

비금속 물질인 세라믹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내열성이 우수한 재료로 꼽힌다. 세라믹 가공은 1200도 이상에서 이뤄지는데, 90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소성할 수 있는 재료를 저온동시소성세라믹(LTCC)이라고 한다. 구리, 은 등은 녹는점이 낮기 때문에 전극과 세라믹을 동시에 불에 구우려면 저온공정을 이용해야 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알엔투테크놀로지는 LTCC 소재를 원천기술을 갖고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이효종 알엔투테크놀로지 대표가 서울대 재료공학과 박사과정 당시 소재를 개발했고, 이를 사업화했다.

LTCC는 고주파에서도 열을 잘 견디는 장점 덕분에 통신부품에 주로 활용된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통신부품 시장을 넘어 LTCC소재 기술에 기반한 다층세라믹인쇄회로기판(MCP)을 만들어 모빌리티와 방위산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일 화성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단순히 플라스틱 PCB와 세라믹 PCB를 비교하면 플라스틱이 더 싸지만, 다층(多層)화를 통해 층이 많아질수록 세라믹 PCB가 싸진다”며 “다층세라믹PCB(MPC)는 교세라 등 일본산 제품이 국내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알엔투테크놀로지가 집중하는 시장은 방산과 전기차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중동의 한 방산업체과 함께 MCP 제품 양산 테스트를 시작해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공급될 MCP 제품은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산제품인 근거리 대공 방어용 정밀 유도 시스템에 대량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이 대표는 “MCP가 적용되는 무기가 총알과 같은 소모품이라 수량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간다”며 “내후년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체와 공동개발에 들어간 전기차용 방열 기판은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새 먹거리다. 전력반도체 패키징용 세라믹 방열 기판은 전력을 변환하고 제어하는 장치에 쓰인다. 이 대표는 “PCB에 반도체 칩들이 얹히는데 열이 많이 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반도체 칩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열을 방출시키는 역할을 세라믹 방열기판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창업 당시 사명을 지을 때 ‘리얼넘버투’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1등이 앞에 보이는 2등일 때 가장 열심히 달린다”며 “1등, 1% 존재감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었다”고 소개했다.

알앤투테크놀로지는 올해 별도 기준 1분기 매출 41억원, 영업이익은 2243만원을 거둬 흑자전환했다. 방산과 전기차용 PCB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2026년에는 연 매출 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화성=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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