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꼽히는 칠레 북부 사막에서 꽃이 핀 모습이 관찰됐다. 평소에 척박하던 모래사장이 흰색과 보라색 꽃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한겨울인 7월에 개화가 발생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9일(현지 시각) CNN은 칠레 북부 안데스산맥 서쪽에 자리한 아타카마 사막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었다고 보도했다.
아타카마 사막은 몇 년마다 강수량과 기온이 적절히 맞아떨어지면 잠들어 있던 사막 씨앗들이 발아해 꽃이 피어난다. 이 때문에 ‘꽃피는 사막(Disierto Florida)’으로 불리고 있다.
이 현상은 5∼7년에 한 번씩 볼 수 있으며, 보통 남반구의 봄에 해당하는 9월~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이번 개화는 이례적으로 한겨울인 7월로 앞당겨졌다. 아타카마 사막에 일찍 꽃이 핀 현상은 2015년 4∼5월 이후 9년 만이다. 2021년에도 6월에 꽃이 관찰된 적은 있으나, 일부 지역에 국지적인 형태로 소규모로 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겨울 개화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높은 강우량이 원인으로 꼽힌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기온이 높아져 증발량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예년보다 이른 비가 많이 내리게 된 것이다.
세사르 피사로 칠레국립산림공단(CONAF)의 생물다양성보존 책임자는 칠레 매체 라테르세라에 "가을부터 시작된 비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향후 6주 안에 아타카마 사막에 최소 15㎜의 강우량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7∼8월이면 '꽃 피는 사막 현상'을 완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칠레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칠레 중부 지역에는 지난달 11일부터 사흘간 350mm의 폭우가 내렸다. 2023년 한 해 동안 내린 전체 강우량보다 더 많은 양이다. 이에 칠레 정부는 전체 16개 주 가운데 5개 주에 최고 수준의 재난 경보를 내렸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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