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 검토를 시사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와 관련해선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는 거래세와 연동돼 있어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도입 시기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공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차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기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돼 2023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5년 1월로 유예됐다.
이 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데 우리 주식 시장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금투세라는 것을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로 맞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주식시장 악화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국민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 시행 시기 문제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금투세 완화 및 폐지에 반대해 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에 대해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 인하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가 이뤄졌다”며 앞서 정부·여당이 내놓은 폐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종부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불필요하게 갈등과 저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앞서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싸도 실거주하는 1주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종부세 뿐만 아니라 금투세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선 중산층 외연 확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중산층 세(稅) 부담 완화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경제가 곧 민생이고 성장 회복과 지속성이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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