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2심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박경귀 아산시장(63)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산시민연대(대표 박민우)는 10일 성명을 통해 “박경귀 시장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 밝혔지만 실제 아산시장직 상실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더 이상 시장직에 연연하지 말고 자진사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민선 8기 2년간 아산시는 고집과 불통으로 시작해 황당하고 어이없는 독선과 독주로 얼룩졌다”며 “시민의 삶을 위한 중요한 시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 상실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인 시정으로 시민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박 시장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자숙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교육 및 문화예술 사업에 잡음이 일고 있어서다.
박 시장은 지난해 교육경비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아산시의회와 학부모단체의 큰 저항을 받았다. 여기에 송남중학교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학부모 32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당 인사와 재산권 침해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아산만 갯벌 보존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아산항 개발 반대 의견을 언론을 통해 기고한 학예사를 읍사무소로 발령했다. 지난 5월에는 아산시가 만든 소규모 도시개발 실무종합 심의 운영 지침이 ‘시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아산시의회가 감사 청구를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최근에는 각종 지역 문화예술 행사를 도맡아 특혜 의혹을 받는 유성녀 전 특별보좌관을 아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가짜 박사 기재 및 석사논문 표절, 경력 부풀리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각종 의혹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시민연대는 “박 시장은 각종 문화행사를 독점했던 유성녀 씨에 대한 지역 사회와 언론의 비판에도 문화재단 대표로 선임하는 등의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다”며 “자진사퇴만이 대법원 판단 전까지 일방 독주 행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일이자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즉각 사퇴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 도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재판부도 당선 무표형에 해당하는 유죄가 맞다고 세 번째 선고를 내렸다지만 박 시장은 오는 17일부터 6박 8일간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를 방문하는 열두 번째 해외 출장을 예고했다”면서 “무엇이 당당한지 외유성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길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남도당은 “박 시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함께 아산시정의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법원이 오는 10월 재선거가 가능하도록 조속히 결론지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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