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의 음악 세계 자리 잡아…음악이 절실한 곳 찾아가고 싶어"

입력 2024-07-10 18:19   수정 2024-07-11 00:34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거암아트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사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바이올린을 어깨 위로 올렸다. 활을 현에 밀착시키면서 단숨에 열정적 악상을 불러낸 그는 음 하나하나에 풍부한 색채를 덧입히면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와 애수 어린 서정을 마음껏 쏟아냈다.

한국계 독일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3년 만에 전국 순회공연을 한다. 오는 9월 서울 부천 성남 통영 대구 함안 등에서 여섯 차례 무대에 오른다. 레퍼토리는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쇼송 ‘시(詩)’,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으로 채웠다. 공연의 1부는 ‘트릴’(두 음을 교대로 빠르게 연주하며 소리 내는 장식음), 2부는 ‘프랑스’가 키워드다.

클라라 주미 강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국인 한국에서의 연주는 언제나 특별하다”며 “청중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싶다”고 했다. “꿈속에서 들은 소리를 악보로 그려낸 타르티니의 트릴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느낀 현실의 공포를 그대로 담아낸 프로코피예프의 트릴을 연결해서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쇼송, 프랑크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이 담긴 2부에선 서정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위그모어홀 등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그는 올 하반기 BBC 프롬스(재초청),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데뷔) 같은 굵직한 공연들도 앞두고 있다. 30대 후반을 향하는 그는 “바이올린을 오래 연주해온 덕분인지 이젠 나만의 음악 세계가 자리 잡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연습할 때 입으로 악보의 음표를 직접 따라 부르면서 자연스러운 선율의 흐름을 찾고,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음악적 고민을 하나하나 풀어내야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노래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진 않아요. 오히려 운동선수가 훈련하듯 매일매일 4~5시간씩 기본기, 테크닉 등을 갈고닦는 데 집중하죠. 경험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에서 그는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기아 후원)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부터 사용 중인 ‘튜니스’는 마치 충분히 다듬어지기 전의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악기입니다. 이전 8년간 사용해온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삼성문화재단 후원)보단 확실히 남성적인 악기지만 남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라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웃음).”

클라라 주미 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진정한 힘은 결국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때 생겨나고, 이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 음악가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쉽게 닿지 않지만 그 어떤 곳보다 음악이 절실한 곳에 가서 연주하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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