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그림으로 뉴욕 홀린 김조은의 '금의환향'

입력 2024-07-10 18:21   수정 2024-07-11 00:33

화가를 꿈꾸던 김조은(35·사진)은 20대 때 붓을 한 번 놓았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란 주변 시선에 부담되고 질려서 미국으로 떠났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거나 책 제본소에서 일하는 등 샛길을 걸었다.

다시 붓을 집어 든 건 9년이 지나고서다. 도전적인 일을 찾아 헤매던 중 한국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등 기억 속 여성들의 모습을 비단에 옮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하퍼스, 메이크룸 등 현지 화랑에서 연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기반한 프랑수아 게발리의 전속작가가 됐다. 특히 여성 컬렉터를 중심으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입소문 났다.

김조은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금의환향했다. ‘최소침습(最小侵襲)’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실크 드로잉 등 14점이 걸렸다. 최근 외과수술을 받은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고통과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유다.

작가는 전시명이 어떤 인생관이라고 말한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라는,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다정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이러니한 인생관이죠.”

작가는 간헐적인 사시로 태어났다. 제한된 입체시력은 작가가 ‘투명주의’라고 명명한 기법으로 이어졌다. 층층이 쌓인 여러 겹의 반투명한 레이어가 인물의 전후좌우 시점을 동시에 투사한다.

작품 대부분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수술실에서 약에 취해 갈증을 호소하는 여인, 문밖에 찾아온 채권자들을 피해 두려움에 떠는 자매 등을 투명한 실루엣으로 그렸다. 여성들은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부둥켜안고 흐느낀다. “개인적으로 스킨십이 편치 않지만, 그림에서만큼은 얼마든지 사람의 손을 잡고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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