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기업 자금 조달 여건이 3년 만에 가장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는 2021년 이후 가장 좁혀졌고 회사채 금리도 2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AA-등급 회사채(3년 만기 기준)의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 시가평가 기준)는 0.458%포인트로 나타났다. 올해 초 0.7%포인트대까지 벌어졌던 신용스프레드는 갈수록 좁혀져 지난달부터 0.4%포인트대에 안착했다.
지난달 3일엔 0.419%포인트를 기록해 2021년 9월 8일(0.419%포인트) 후 가장 좁혀졌다. 신용스프레드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부도 위험이 감소하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회사채 금리도 2년 새 가장 낮았다. 9일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0.008%포인트 떨어진 연 3.572%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7일(연 3.562%) 후 최저다.
신용스프레드 축소와 금리 하락은 개인투자자 수요가 몰린 것과 맞물린다.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개인은 회사채 5조33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작년 동기보다 3335억원어치 늘었다.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은행(4조4700억원), 자산운용사(1조3239억원) 등 주요 기관투자가보다 많았다. 고금리를 좇는 개인이 회사채 시장에 몰린 것이다. 신용등급이 AA급인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연 4%대로 연 3%대인 예금 금리를 넘어선다.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조달 규모도 커졌다.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65조270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5조5940억원(증가율 7.6%) 늘었다.
하반기 회사채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퓨얼셀(신용등급 BBB)이 지난 3일 4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2450억원의 청약이 들어왔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 물량을 기존의 두 배인 800억원으로 증액했다. 제약업체인 서흥(신용등급 A-)도 3년 만기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136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발행액도 3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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