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드는 건 실패했지만,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성과를 내며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화학(chemistry)의 어원도 연금술(alchemy)에서 비롯됐다.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산업사(史)다.
학계와 기업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미 삭감된 기존 사업의 예산은 다시 복원되지 않은 탓이다.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양자 등 첨단기술 분야의 신규 R&D 사업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R&D 총액은 다시 늘었지만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예산 증액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 가까이 줄어든 기존 과제의 연구비를 일부라도 충당하려고 신규 R&D 과제를 따내기 위해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평소 2 대 1, 3 대 1 정도였던 신규 정부 용역 과제 경쟁률이 10 대 1까지 치솟은 사례도 등장했다. 글로벌 R&D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연구 용역비의 일정 부분을 해외 연구기관과 나눠야 하는 데다 우월적 지위에 밀려 연구 성과물인 지식재산권(IP)을 공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술 패권 경쟁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R&D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예산은 71조원으로 2000년 대비 16배 증가했다.
R&D 자금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낭비라고 볼 수는 없다. 기존 R&D 과제 예산 삭감에 따른 매몰 비용이 11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오락가락 행정에 불확실성이 커진 이공계 대신 안정적인 의대로 쏠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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