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시간 만에 1200원 내린 노동계…최저임금 '졸속 심의' 논란

입력 2024-07-10 17:51   수정 2024-07-11 00:18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최저임금위원회가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 직후 한 정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용자 위원은 동결, 근로자 위원은 1만2600원을 제안했다. 놀랍게도 채 두 시간이 되지 않아 양측 모두 1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날 수정안을 제출한 건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심의를 서두르려는 최저임금위의 조바심이 이런 무리수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최저임금위원이 모두 바뀌면서 심의 시작 자체가 늦어졌다. 심의 초반에는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에 맞불을 놓으려 노동계가 플랫폼 근로자를 위한 도급제 최저임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바람에 네 차례의 전원회의가 소득 없이 지나가 버렸다. 업종별 최저임금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 찬반을 묻는 투표에서 일부 근로자 위원은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다른 위원의 투표용지를 찢는 투표 방해를 저질렀다. 이에 사용자 위원들이 8차 전원회의 불참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심의는 하염없이 지연됐다.

한 최저임금위 위원은 “이르면 11일, 늦어도 다음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 짓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인상률 심의는 두세 번 시늉만 하다가 끝날 판이다.

최초 요구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근로자 위원들이 수정안을 내놨다는 사실은 시간당 9860원인 올해 최저임금에 비해 28%(2740원)나 높았던 최초 요구안의 산출 근거가 얼마나 허술한지 자인한 셈이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투표용지 찢고 의사봉 뺏던 결기는 어디 갔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현실적인 인상폭을 주장한 한국노총 근로자 위원과 1만2600원을 고집한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의 의견 불일치가 낳은 촌극이라는 후문이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정부는 통계 자료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는 수년째 기존 자료의 수치만 갱신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업종별 최저임금을 심의할 때 사용자 위원들이 ‘셀프’ 연구 자료를 들고나왔을 정도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추가 연구용역을 요구하지만 정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올해 최저임금위가 보여준 난맥상은 스스로가 개혁 대상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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