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석좌교수 "한국 잠재성장률 더 떨어질 것…탈출 해법은 고용 유연화"

입력 2024-07-10 18:20   수정 2024-07-11 01:35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대만과 중국 갈등 등이 심화하면 통상과 무역이 중심인 한국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게 적은 만큼 국내 제조업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밸류인(in)’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개방 경제인 한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2월 55대 한국경제학회장(임기 1년)에 취임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에서도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이 더 악화할 것 같진 않지만 고립주의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는 각자 책임이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도 변수입니다. 이 경우 한국과 대만 상황이 좀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대외 부문 구도를 한국이 변화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이 시기를 국내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요.

“기업 밸류업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밸류인’을 더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들여오도록 하는 리쇼어링 정책으로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더 촘촘히 하는 것이죠.”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방위산업이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산 기반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리쇼어링과 스마트팩토리를 패키지로 지원하고 있는데, 재원을 좀 더 투입해야 합니다. 인도의 경우에도 제조업 유치를 위해 돈을 퍼붓고 있습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였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이 회복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부 수출 대기업 중심의 회복은 우려스럽습니다. 당장 내년에도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이 자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한국 등 주변국이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갈등 등 공급 측면 요인이 큰데 고금리로 수요를 억누르는 상황입니다. 환율이 뛰면서 금리를 한국이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 금리 인하를 기다려야 할까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외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자본 유출을 막는 시스템을 정비한 뒤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서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릅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섣불리 완화적인 신호를 준 것이 실수라고 봅니다.”

▷잠재성장률이 1% 밑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구가 줄면서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사례인가요.

“독일입니다. 노동시장 효율성을 제고해 잠재성장률을 높였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여성의 고용을 확대해야 합니다.”

▷노동생산성 제고 방법은 무엇인가요.

“직업 교육 훈련 체계를 완비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잃더라도 재교육을 통해 쉬운 취업이 가능해야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활발한 활동도 지원해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노인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인구를 늘릴 방법은 없을까요.

“현금 지원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해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도 과제입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민생지원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으로 정치적인 신호 외에 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소비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입니다.”

▷차기 경제학회장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할 계획입니까.

“대학의 위기를 좀 더 알리려고 합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규제 개선도 건의할 계획입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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