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쇼핑 정보 공유 카페에선 최근 이런 문의가 수시로 올라온다. 5만원짜리 상품권 값이 최대 4만5900원까지 내려가면서다. 문의자들 사이에선 9.2%라는 파격적 할인율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답변은 대부분 ”사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등 만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티몬과 관련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티몬을 소유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큐텐(Qoo10)이 일부 입점사들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게 계기가 됐다.
큐텐이 인수한 위메프·위시플러스 등 다른 플랫폼들도 입점 셀러들에게도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단순 전산 문제로 인한 해프닝이며 곧 대금 지급이 완료될 것”이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도 판매자와 구매자들은 유동성 문제가 터질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정산금 미지급 피해자는 수백 명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게는 1200만원에서 많게는 27억원대까지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큐텐 글로벌에 입점해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판매자는 지난달부터 판매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8만 달러(1억1000만원)가량을 정산받지 못했다. 또다른 위메프 입점 셀러도 판매 대금의 절반가량 정산이 안 돼 약 4000만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업자 수백여명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입점 업체들은 정산금 미지급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큐텐 측은 판매 대금 정산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일부 입점 셀러(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이 지연됐다는 입장. 위메프 관계자는 "정산 시스템 문제로 원래 정산일인 7일 일부 셀러들에게 판매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며 "시스템 복구 작업을 진행해 정산이 전날(10일) 일부 재개됐고 내일(12일)까지 모든 대금 정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몬의 경우 현재 큰 문제 없이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티몬은 지난해 하반기 고객 사후 처리 등을 위해 판매대금의 20%를 보증금 명목으로 보관했다가 일정 기간 이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현금깡’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부족해진 현금을 메우기 위해 상품권 판매 금액은 먼저 현금으로 받고, 결제 대금은 한참 뒤에 지급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권은 높은 할인율 등 혜택이 있으면 수요자가 몰려 즉각 현금화할 수 있고, 그 판매 대금은 발행사에 늦게 지급할 수 있다. 일부 상품권을 산 사람들이 기한 내에 상품권을 쓰지 않으면 남은 돈으로 일명 ‘낙전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상품권 판매 시점과 발송 시점의 시차를 활용해 확보한 현금을 당장 급한 곳에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때 상품권 대량 판매는 유통 업체들에겐 쉬운 선택이 되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있어 경계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티몬은 2019년에도 상품권을 통한 유동성 확보 논란을 겪은 적 있다. 티몬 관계자는 ”통상 상품권 예약 판매 방식은 물량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할인율이 높은 편“이라며 ”고객 주문 물량에 맞춰 상품권을 준비하기 위한 기한을 둔 것으로 유동성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커머스 업체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AK몰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다만 인수사들의 실적 부진과 유동성 부족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4월 마감인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것은 보통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위메프도 사정은 비슷해 2019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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