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만든 사람 상줘야 해"…'아아 위협' 불티나게 팔린 음료

입력 2024-07-12 07:18   수정 2024-07-12 10:20


"'아망추' 개발 기간을 기존 제품 출시에 필요한 평균 개발 기간의 1/2 수준으로 단축했습니다."

12일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이같이 말했다. 업계의 '발 빠른' 전략은 실제로 통했다. 이디야커피에 의뢰해 아망추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아망추는 출시 당일에만 전국에서 1만5000잔 넘게 팔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발(發) 식·음료 레시피에 업계의 반응이 점점 빨라지는 모양새다. 아망추가 대표적이다. 이는 '아이스티에 망고 추가'의 줄임말이다. 지난 5월 3일 한 누리꾼이 엑스(X·옛 트위터)에 "아이스티에 얼음 대신 냉동 망고 넣어 먹으면 좋다"며 올린 게시물이 유행의 발단이 됐다.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온라인상에서의 인기를 감지하자마자 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주요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음료를 출시한 이디야커피는 지난달 28일 아망추를 3900원에 출시했다. 바로 이어 빽다방도 이달 1일 3000원 아이스티에 1000원짜리 망고 추가 옵션을 더하는 방식으로 아망추를 출시했다.

인기가 채 가시기 전에 식·음료 업계도 유행에 합세하다 보니 아망추와 관련된 파생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른 SNS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11일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6월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최근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아망추' 키워드의 언급량은 1461건이 넘는다. 애초에 아망추라는 단어가 5월 말부터 온라인에서 등장한 터라, 지난해 동기간의 언급량은 '0건'으로 집계됐다. 아망추의 시초가 된 엑스 게시물의 조회수도 현재 463만회를 돌파했다.

아망추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데에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의미의 신조어)'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우선 아망추를 직접 만들 땐 아이스티 분말을 차가운 물에 녹인 뒤 냉동 망고만 넣으면 완성할 수 있다. 재료가 간단하며 조리법이 어렵지 않아 따라 하기 쉽다. 사진을 찍었을 때도 투명한 얼음에 비해 색감이 다채롭다. 만들기 귀찮다면 사 먹을 수도 있으니 접근성도 좋다.

아망추를 접한 누리꾼들은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일반 아이스티보다 맛도 좋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들은 "얼음 때문에 아이스티의 농도가 묽어질 일이 없어 좋다", "마실수록 망고의 향이 스며 나온다", "음료를 마시고 나면 녹은 망고까지 먹을 수 있다" 등의 이유를 열거했다.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는 '아샷추' 메뉴가 온라인상에선 처음 언급된 건 2018년경이다. 기존 메뉴에서 조합이 가능하므로 별도의 메뉴를 출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업계서 SNS 유행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자 아샷추 레시피는 온라인에서만 머물게 돼, 수년간 '아는 사람만 조합해 마시는 숨은 메뉴'가 됐다. 이에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공차 등 카페 브랜드들은 올여름에서야 이 음료를 정식 메뉴로 출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아망추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SNS에 레시피가 등장하고 한 달 새 이뤄진 것이니 매우 빠른 편이다. 지난 5월께 SNS에서 관심을 끈 '두바이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2개월여 만인 이달부터 CU·GS25 등 편의점들이 앞다퉈 출시했다. 그러자 CU의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지난 6일 출시 하루 만에 20만개가 팔렸다.
"시장 선점하려면 '뒷북' 안 돼"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는 레시피에 업계가 빠르게 반응하는 이유와 관련, 재화의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음료 업계도 유행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업계 입장에서 메뉴 개발은 탕후루의 사례처럼 가게를 창업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유행이 저물었을 때 비교적 개편이 손쉬운 전략이라는 의미다. 이어 "업계 경쟁이 이미 치열한 데다 유행 주기도 빠르기 때문에 먼저 시장을 선점하려면 '누가 더 빨리 출시하는지'에 관해 겨룰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유행 제품을 빠르게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이 유행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강화되는 방향성"이라며 "업계 내부의 자발적인 상품 연구나 개발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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