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IB 부문, 핵심 인력 이탈로 몸살

입력 2024-07-12 14:57   수정 2024-07-15 09:26

이 기사는 07월 12일 14: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 투자은행(IB) 부문이 핵심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직 관리가 되지 않아 업무 경쟁력이 떨어지고, 실적이 정체되면서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IB 부문에 뿌리 내린 패배감 등도 릴레이 퇴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IB1부문을 이끌어온 이재현 부사장은 최근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인수합병(M&A) 자문과 기업공개(IPO) 주관, 회사채 발행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던 핵심 인력이다.

삼성증권은 2년 전 'IB 명가' 재건을 목표로 골드만삭스 출신 이 부사장을 영입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조직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2021년 말 9년간 삼성증권 IB 사업을 이끌어온 신원정 IB부문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데다, 차기 리더로 꼽히던 임병일 부사장도 삼성전자로 이동하면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

실질적인 IB부문 헤드 역할을 맡은 이 부사장은 IB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M&A 자문 분야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이 큰 '빅딜'을 다수 수임했다.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딜을 비롯해 HMM 매각주관 업무도 따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딜은 모두 실패했다. HMM 매각 과정에선 인수 후보군에게 항의 공문을 받을 정도로 주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삼성증권 평판에 금이 가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미약품그룹 장·차남 측을 도와 투자유치 업무도 맡았지만 이 역시도 성사되지 못했다.

주식발행시장(ECM)에선 삼성증권의 영업력이 바닥을 친지 오래다. IPO 업무를 이끌던 수장이 자주 교체되며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삼성증권에서 20년 넘게 IPO 등을 담당했던 김병철 기업금융1본부장은 2021년 초 유안타증권으로 이직했다. IPO 전문가 유장훈 본부장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삼성증권이 IPO 대표 주관 업무를 간간이 따내고 있지만 IB맨들의 영업력으로 따낸 딜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산관리(WM) 부문과의 연계 영업으로 건진 딜과 삼성전자 후광으로 성사되는 딜이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올 들어서야 2년여 만에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등 조 단위 대형 IPO 기업의 주관 업무를 맡았지만 다른 경쟁사 대비 공백이 컸다.

조직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실적도 정체되자 실무진들도 앞다퉈 이탈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에도 IB부문 아래 신디케이션팀과 어드바이저리본부 중심으로 실무급 인력들이 줄줄이 경쟁사로 이직을 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 더해 공채 출신 인력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이연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 등이 쌓여 IB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최석철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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