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80만원, '한산'에서도 잘렸는데"…신예 배재성의 고백 [인터뷰+]

입력 2024-07-13 15:44   수정 2024-07-13 15:45

"작은 역할이었지만 영화 '한산'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촬영을 앞두고 냉동실에서 떨어진 조기에 발등을 맞아 뼈가 부러졌어요. 이번에는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다 아킬레스건을 다쳤어요. 또 잘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믿어주시고, 시간을 주셔서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플레이어2:꾼들의 전쟁'(이하 '플레이어2')에서 악의 축 제프리정(김경남 분)의 오른팔 정규 역을 맞아 냉혹한 킬러 연기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은 신예 배재성은 인터뷰 내내 거듭 "감사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2'는 '가진 놈'들을 털어 버린다는 팀플레이 액션 사기극이다. 극 초반 발을 절뚝이는 어리바리한 비서인 줄 알았던 정규는 제프리정이 설계한 음모의 실행자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배재성은 'MZ 필수 드라마'로 꼽히는 웹드라마 '짧은대본'의 병운 선배 역을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tvN '마에스트라'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하지만 악역은 '플레이어2'가 처음이었다. 배재성은 "누군가를 죽이고 지시에 따른다는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됐다"며 "잘 나온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짧은대본' 세계관에서는 제가 인기남으로 나오거든요. (소재현)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이 친구의 매력이 뭘까'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첫 미팅 때 저의 양면성을 보여드렸어요. 제가 웃을 때랑 웃지 않을 때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그 부분을 어필했죠."

그러면서 촬영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하차할 뻔했던 위기의 순간을 전했다. 부상 때문에 이미 영화 '한산'에서 하차했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괜찮다'고 해줬다"면서 거듭 연출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배재성은 "나중에 들어보니 배우 교체 얘기까지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기다려보자고 하셨다고 하더라"며 촬영장에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

"영화에서 잘렸을 때, 세금 신고를 하려고 보니 연봉이 380만원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하기 위해 가수 이선희 선생님의 경호도 하면서 2000만원을 모으고 시작했는데, 그 돈을 조금씩 쓰다 보니 얼마나 벌었는지도 몰랐던 거예요. 그때부터 피폐해져 갔죠.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좋은 작품에 들어가게 됐는데, 또 다치니까 자책하게 됐어요.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을 때 울면서 대표님께 연락했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현장에서 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감사합니다'가 인사였어요"

실제로의 성향에 대해 "본래 부주의하거나 하는 성향이 아니다"며 "촬영 일주일 전부터 약속도 안 잡고, 대본을 보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상 피팅하다가 다친 다리를 또 다칠 뻔했다"는 아찔한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정규의 대사량이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였다. 정규와 제프리정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행동들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배재성에겐 큰 과제였지만 "제가 스스로 전사를 만들었다"며 "어릴 때부터 제프리정에게 양육되면서 가스라이팅을 당한 게 아닌가 싶더라. 그렇게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캐릭터에 동화됐던 과정을 전했다.

정규의 여러 악행 중에도 가장 어려웠던 살인으로 형민 역의 홍종현을 제거하는 장면을 꼽았다. 배재성은 "대본상 홍종현 형을 죽이는 게 최초의 살인 장면이었다"며 "처음엔 욕심을 갖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그래서 더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른 살인 땐 동공의 흔들림도 없이 갔는데, 홍종현 선배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미세하지만 흔들리는 포인트를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죽이는 연기와 관련해 레퍼런스 준비를 많이 했다"며 "제가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가 tvN '시그널'인데 거기에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 않나. 그걸 많이 보면서 연구했다"고 남다른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배재성은 "제가 다친 걸 보고 '자기관리가 안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도, 먼저 챙겨주며 캐릭터를 잡는 것에도 도움을 줬다"면서 "많은 선배와 호흡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특히 송승헌에 대해 "제가 '한류천왕' 송승헌과 함께하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주변에서도 '어떻냐'고 많이 물어보고, 부모님이 더 궁금해하셨는데, 후광이 보여서 처음엔 말도 못 걸 정도였다"고 긴장했던 첫인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밥도 많이 사주시고, 액션을 하기 전 대선배랑 연기하는 게 걱정이 됐는데 '과감하게 하라'고 해주셨다"며 "나중에 끝나고 감사한 마음에 카톡을 보냈는데 '나도 좋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송승헌과 마지막 맞대결 장면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해서 다치시면 안 되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액션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액션 스쿨에 가서 3주 내내 촬영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준비해도 '같이 맞춰볼까요?'라고 말 못하는데, 먼저 와서 '맞춰보자'고 하시더라"며 "너무 감사했다"고 '송비어천가'를 이어갔다.

'플레이어2'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배재성은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이미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찾아주는 곳들이 늘고 있다"는 배재성은 "곧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은 진짜 사이코패스 연기를 하고 싶다"며 "앞에서는 웃고 서글서글해서 그럴 거 같지 않은데 뒤에서는 표정이 변해 사이코적인 면들을 보이는 모습을 긴 호흡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어 목표로 "영화제나 시상식을 제 작품으로 후보에 올라 초대받고 싶다"며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예전에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 곳에 제 작품으로 참석하고 싶어요. 후보로 초청받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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