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국토녹화를 시작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일제 강점기 수탈과 6.25 한국 전쟁 등으로 민둥산이었던 산림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1973년 4월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땔감조차 없던 시절에 고사리손으로 나무를 심은 지 51년. 전 국민이 힘을 합쳐 50년 넘게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울창한 숲을 자랑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녹화 성공 국가로 유일하게 대한민국을 꼽기도 했다. 앞선 세대가 잘 심은 나무를 우리 세대에 잘 가꿔 후대에 물려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오는 2027년까지 조화로운 산림생물 다양성의 보전·이용을 위해 제4차 산림생물 다양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제4차 산림생물 다양성 기본계획은 △산림생물 다양성 보전·증진 △기후변화·재난 등 위험요인 저감 △지속가능한 이용 및 목표 △이행 수단 확보 등 4개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산림청은 백두대간 중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말한다. 산림청은 제2차 백두대간 보호 기본계획(2016~2025년)을 세우고 매년 시행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보전 가치가 높은 ‘핵심구역’과 핵심구역을 보호하는 ‘완충구역’으로 구분해 구역별 행위 제한 수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해 지키고 있다. 시드 볼트로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산림생물 다양성 영구 보존도 추진 중이다. 농업과학원·국립생태원 등 국내 기관 간 자생식물, 희귀·특산식물 종자 중복보존 및 중앙아시아·호주 등에 국외 종자저장 네트워크 구축하고 있다. 산림 생물종 보전·자원화 기반 마련을 위해 국립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숲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산림청이 진행 중인 ‘산악 생태관광’이 주목받는 이유다. 점봉산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면서 천연활엽수 원시림으로 우수하게 보존된 곳이다. 산림청은 이곳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산림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산림생물 다양성을 교육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수령 200년 이상의 금강소나무 등 우수한 산림유전자원과 산림문화자산이 어우러진 울진 금강소나무숲을 복원·모니터링하는 것도 산림청의 주된 역할이다. 금강소나무숲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동시에, 숲길·생태체험 등 산림생태를 고려한 활성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자생식물 등을 활용한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자생식물을 활용해 백두대간 등 훼손지를 복원하고 자연 회복을 기반으로 한 보호구역 산불피해지에 생태복원을 확대하고 있다. 산림 생명 자원을 이용한 산림바이오산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산림 스마트바이오 거점을 지정하고 산림 바이오 가공지원단지를 조성해 산림 생명 자원의 산업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개발보다는 산림 생명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소재 및 산업화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잘 가꾼 숲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사실 액수로 환산하기 힘들지만 나름 과학적인 방법으로 숲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이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2020년 기준)는 259조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연간 499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지난 조사인 2014년의 기준 평가액 126조원(국민 1인당 249만원)에서 95조원(약 76%)이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1941조원의 13.3%에 해당하며, 농림어업 총생산의 6.4배(34조5000억원), 임업 총생산의 92.6배(2조4000억원)에 달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런 가치는 1970년대 이후 국민과 함께 심고 잘 가꾼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한 선물”이라며 “산림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산림자원 순환 경제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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