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사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끈다. 하지만 집단소송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입주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고는 “분양 담당 직원이 레지던스에 실거주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고의로 계약자를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양계약서에 레지던스가 비주택 상품인 점을 명시하고, 일반 주거용 건축물과의 차이점을 적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법원은 “거주 또는 주거 용도로 임대하는 게 가능하다고 홍보했더라도 다소의 과장을 넘어서 허위 사실 고지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전까지 레지던스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주택 용도로 사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하더라도 레지던스를 장기로 임대하는 것이 가능하고, 상당 기간 거주하는 자는 전입신고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숙박업 등록을 한 뒤 장기 투숙하는 형태로 본인이 살거나 임대를 놓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일종의 ‘셀프 장기 숙박 계약’ 형태로 집주인이 본인의 레지던스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레지던스 30실 이상을 모아 법인을 만들거나 위탁관리업체에 맡긴 뒤, 해당 업체에 사용료를 내고 숙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회장은 “그동안 분양 계약자가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는 데 집중하느라 시행사와 척지지 않으려고 했다”며 “올해부터 집단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분양 측의 책임을 증빙할 녹취록 등 자료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장기 투숙 형태로도 임대나 사실상 거주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대출 등이 안 되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위탁사의 갑질 피해 사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하반기 입주가 예정된 마곡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비롯해 주요 단지에서 집들이 시점이 속속 다가오고 있지만, 그 전에 최종 결론이 나기 쉽지 않다. 입주 예정자가 잔금을 미납해 건설사의 자금 계획이 꼬이고, 금융권마저 타격을 입는 등 연쇄 파장이 우려된다. 애초에 주거 용도를 염두에 둔 대형 면적 레지던스일수록 준주택 전환 목소리가 크다. 등록사업자 신고 등 조건부로 레지던스를 임대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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