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하지 않겠다"…정부 후퇴에 더 강경해진 전공의들

입력 2024-07-16 16:46   수정 2024-07-16 16:56



전공의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정부가 올해 2월부터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15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부 전공의들이 소속 교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에 그쳤다. 의료계에선 대학병원 전공의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상황을 받아 들이고 후속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자 곁으로 돌아온 전공의 8.4% 뿐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1개 수련병원 근무 전공의 1만3756명 중 전날 낮 12시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1155명(8.4%)에 그쳤다.

날짜별로 보면 출근한 전공의는 11일 기준 1094명에서 12일 1111명으로 17명 늘었고, 15일엔 1155명으로 4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3일 1013명과 비교하면 142명 늘었지만 여전히 의료 공백을 막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빅 5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던 전망은 빗나갔다. 빅 5병원 전공의 2442명 중 15일 낮 12시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195명(8%)에 불과했다. 12일 164명과 비교하면 31명 늘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을 맡고 있는 대형 대학병원 등에 15일까지 전공의들의 실제 사직 의사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확정해 제출하도록 했다.

정확한 미복귀 전공의 숫자는 17일께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확히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복귀하겠다고 의견을 낸 전공의들이 많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들 "복귀 안할 것" 메시지도
상당수 전공의들이 병원 측의 연락조차 거부하는 등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담당 교수들에게 '복귀하지 않겠다'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섰다.

빅5 병원에서 사직한 한 전공의는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6월 사직 처리에 무대응을 유지하고 정부와 병원이 강제 사직 처리해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을턴' 모집 공고에 나섰지만 이는 전공의를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에 그쳤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시점을 6월로 정한 것도 결국 2~6월 결근 기간 발생한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생이 일부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아도 유급없이 진학하도록 하고, 연구실적 없는 개원의가 대학병원 교수로 임용되도록 추진하는 게 '원칙없는 정부 정책'을 보여준다고 전공의들은 지적했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 역효과만 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의료 공백이 계속되면서 대형 대학병원의 진료 차질은 잇따르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16일 오전 6시 119 구급대 등에 '인력공백으로 인해 응급실 진료 전면 불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낸 뒤 응급실 가동이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오는 17~21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밤 시간 응급실 운영을 멈추기로 했다.

대학병원들의 전문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40개 의대 소속 병원 88곳에서 전문의 1451명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병원 소속 전문의 1만7316명의 8.4%에 해당한다. 실제 사직서가 수리된 전문의는 255명이다.
"중소·종합병원 등도 장기전 대비해야"
의료계 안팎에선 내년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종합병원들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대학병원 간호인력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소·종합병원 관계자는 "집단행동 전 70% 수준이었던 병상 가동률이 최근 98%까지 치솟았다"며 "대형 대학병원으로 가지 못한 응급환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골절 환자 등은 수용해 수술할 수 있지만 복합 진료가 필요한 암 환자, 심·뇌혈관 환자 등은 중소병원에서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의사들은 외래 진료 시간을 늘리고 간호인력도 업무 시간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일시적 현상일 수 있어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중소·종합병원들의 대응력 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대형 대학병원들의 수술 공백은 마취통증의학과 인력 부족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 의사나 마취 간호사 등을 통해 마취 인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도 전공의 미복귀를 인정하고 의료 정상화를 위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환자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 빅5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은 미복귀 전공의를 대체할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며 "전공의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상급종합병원의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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