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형이랑 잠깐 얘기해볼래"…청소년 투신 막은 경찰

입력 2024-07-16 15:36   수정 2024-07-16 16:25


우울증을 앓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던 청소년이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자살기도자에 특화된 위기 협상 전문 요원을 경찰이 투입해 활약한 사례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15일) 오후 8시 30분께 "강남아파트 옥상에서 (학생이)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

경찰은 21시께부터 투신 시도자 고등학생 A군(16)의 지인인 B씨가 A군에게 보낸 사진을 확보해 서초구 일대 15개 아파트를 집중 수색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토대로 아파트 위치를 특정한 경찰은 낙하 예상 지점에 에어매트 6개를 깔고 옥상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서초경찰서 소속 위기 협상 전문 요원들과 파출소 출동 경찰관은 이날 21시 15분께 24층 아파트 옥상 난간에 쪼그려 있는 A군을 발견했다. A군은 아파트 아래로 투신하려는 동작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건물 구조상 A군에게 접근이 어려워 보이자 경찰은 위기 협상팀 소속 경찰관 2명을 긴급투입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김 모 경위와 공 모 경사는 A군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대화를 유도했다. 이들은 A군에게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을 물어보는가 하면, '사이다'나 '물' 등 원하는 음료를 제공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며 듣지 않으려던 A군은 곧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두 요원은 A군의 말을 들어주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A군은 이같은 두 요원의 반응에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신고 후 2시간여 지난 오후 11시께 두 요원은 "배터리가 없으니 보조배터리를 달라"는 A군의 요청에 "보조배터리를 주는 대신 조금만 더 가까이 와달라"는 식으로 A군을 설득했다. 이후 요원들의 설득에 A군은 옥상 난간 안쪽으로 스스로 넘어와 안전하게 구조됐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4월 30일부터 전국 최초로 납치 감금, 인질강도 뿐 아니라 자살 기도자에도 특화된 위기 협상 전문 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강력팀 소속 남경 7명과 여청수사팀 여경 4명이 소속됐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전문화 집중교육을 이수한 후 지난달부터 전국 최초로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접수되는 자살기도자를 구조하기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전문 요원을 양성하기 시작한 이유”라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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