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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뒤 미국에선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란 책이 화제가 됐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 미국인들의 절망과 상실감을 솔직하게 그려낸 JD 밴스의 회고록이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아산맥 외딴곳에 사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밴스 자신도 오하이오주 촌동네에서 태어난 힐빌리였다. 부모는 이혼했고 모친은 마약중독자였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어렵게 공부한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의 회고록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가 어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현재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인 밴스는 39세로, 1952년 이후 최연소 부통령 후보라고 한다.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건 러스트벨트 공략을 위해서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합처로 바뀌었다.
이들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은 워싱턴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기성 정치인은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대기업이나 고액 연봉자를 대변할 뿐이라고 여긴다. 엘리트 길만 걸어온 힐러리가 이들의 환심을 사지 못한 반면 ‘노동자 가정 출신’임을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의 표를 얻는 데 성공한 배경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승부수로 러스트벨트 미국인의 정서를 잘 아는 힐빌리 출신을 택한 것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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