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차량용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넥스트칩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구현하는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한다.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ADAS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넥스트칩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는 17일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ADAS용 SoC인 ‘아파치6’ 싱글런(양산 바로 전 단계의 고객사 검증용 소량 제품 생산) 제품을 손에 쥘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는 레벨0(비자동화)부터 레벨5(완전자동화)까지 6단계로 나뉜다. 레벨2는 운전자 개입 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다. 앞차를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하는 단계가 레벨3인데 넥스트칩의 타깃 시장은 레벨2~3다.
자율주행차가 되려면 차량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는 게 첫 과제다. 인식 센서로는 레이더(전파를 이용해 사물을 탐지하는 기술)와 라이다(빛 반사를 이용해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카메라 등이 있다. 넥스트칩의 강점은 카메라다. 차량용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전에 고해상도 CCTV 등 영상처리반도체(ISP)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넥스트칩의 신제품 아파치6는 유럽 완성차 업체와 기술 검증을 하고 있다. 아파치6는 칩 하나에 최대 8채널 카메라 입력이 가능해 어라운드뷰 등 다양한 각도에서 차량 주변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김 대표는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 제품에 비해 품질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췄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파치6 적용을 로봇, 농기계, 드론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차별점은 해외 컨설턴트를 활용한 글로벌 네트워킹과 마케팅이다. 김 대표는 대우통신 수출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때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하며 네트워킹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그는 “글로벌 완성체 업체마다 어떤 부품사를 쓰는지, 아랫단에는 어떤 회사들과 협력하는지, 내부는 어떤 상황인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만 쫓아다녀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며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된 다음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1997년 넥스트칩을 창업했다. 2019년 넥스트칩의 오토모티브 사업부문이 물적분할했고, 사명을 그대로 이어갔다. 기존 회사의 영상 보안 사업부문은 모회사 앤씨앤이 됐다. 넥스트칩의 1분기 매출은 60억원, 영업손실은 46억원이다. 양산 전 연구개발(R&D) 투자가 대거 들어가는 팹리스 특성상 아직 적자 경영이지만, 시가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올 3월부터는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해 국내 팹리스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를 두고 부품회사라고 하지 않듯이 팹리스는 소재·부품·장비가 아닌, 또 다른 영역”이라며 “정부에서 별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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