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형모듈원전 성공은 규제 혁신에 달려 있다.

입력 2024-07-17 17:55   수정 2024-07-18 00:08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2050년까지 원전을 현재 수준보다 세 배는 늘려야 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전력원으로서 이런 국제사회의 요구에 알맞은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SMR의 상업화를 위한 경쟁은 뜨겁다. 현재로선 캐나다 온타리오전력이 추진하는 BWRX-300이 가장 현실성 있다. BWRX-300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가 같이 개발한 SMR이다. 온타리오전력은 이를 2028년 준공하고자 2022년 10월 건설허가를 신청했다. 미국 최대 공영 전력사 TVA도 자사 보유 부지에 BWRX-300을 짓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규제기관과 사전설계 검토를 진행 중이다. 영국도 SMR 건설을 위해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SMR에 대해 1단계 심사를 마쳤다. 이렇듯 각국의 인허가 규제기관은 본격적인 SMR 심사에 들어섰으며 혁신기술이 안착할 수 있도록 개발자와의 협력은 물론 각국 규제기관 간에도 경험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원전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제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에 설계 단계부터 규제기관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우리도 2022년부터 SMR 안전규제기술 개발에 들어가 지난 2년간 개발자와 규제자 간 기술적 논의를 해왔다. 올해에는 SMR 규제 기준 개발을 전담할 SMR규제연구 추진단도 구성했다.

우리가 개발하는 혁신형 SMR은 내년 말 표준설계 인가를 신청해 정식 인허가 절차를 밟게 된다. 그 후 3년간 표준설계심사 후 건설허가, 운영허가를 거쳐 2034년 9월 첫 번째 원자로 모듈을 운전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말 설계인가 신청을 위해서는 1년 반 동안 2만 쪽에 달할 표준안전성분석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자와 개발자 간 기술협력을 가속하고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기술 현안의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1년 반이 혁신형 SMR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혁신형 SMR의 성공을 위해서는 절차적 현안도 있다. 표준설계는 같은 원전을 반복해서 짓기 위함이다. 그래서 표준설계인가제도의 원조인 미국은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원전을 건설할 시에는 건설과 운영허가를 통합해 한 번에 준다. 이른바 통합인허가 제도다. 표준화의 장점을 살리고 규제심사의 중복성을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표준설계인가제도는 도입하면서 통합인허가는 도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APR1400도 매번 건설허가와 운영허가를 별도로 받고, 심지어 같은 원전을 계속 짓는데도 심사 때마다 수천 건의 질의가 반복된다. 이는 건설 공사기간이 늘어난 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통합인허가 제도를 도입해 불필요한 중복심사를 막아야 한다.

산업은 규제의 틀 내에서 움직인다. 원자력도 규제가 변하지 않으면 기술도, 산업도 발전할 수 없다. SMR 상용화의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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