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다니엘 아샴(44·사진)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 중 하나다. 2007년부터 조각, 회화,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온 그는 퍼렐 윌리엄스 등 세계적 뮤지션, 티파니·디올·포르쉐 등 명품 브랜드, 포켓몬스터 등 대중문화 브랜드와 끊임없이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44만여 명에 달한다.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누구나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상업적 성공도 독창성과 작품성이 받쳐줘야 가능한 법. 아샴이 즐겨 다루는 주제는 ‘상상의 고고학’이다. 휴대폰과 카메라처럼 일상적인 현대 물건들이 수백~수천 년이 흐른 뒤 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을 표현한 회화, 조각 등을 제작하는 것이다. 자칫 허황돼 보일 수 있는 주제지만 그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을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수많은 권위 있는 미술관이 소장한 이유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3024-발굴된 미래’는 아샴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25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장에 나왔다.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 쓴 아테나상’은 아샴이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그린 신작이자 그의 대표적인 화풍이 반영된 그림이다. 작품 제목처럼 1000년 뒤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 유물이 발견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발굴 현장’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설치 작품이다. 폐허가 된 서울의 지하를 구현한 공간을 만든 뒤 부식된 카메라와 컴퓨터 등을 석고로 떠 넣었다.
이런 작품 주제를 선택한 계기는 어린 시절 겪은 허리케인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샴은 “미국 마이애미에 살던 시절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보며 인간의 무력함과 문명의 덧없음을 느꼈다”며 “2010년 남태평양 이스터섬을 방문해 고대 유적과 발굴 현장을 보고 나서 지금의 주제를 정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특징 중 하나는 무채색에 가까운 독특한 색감이다. 아샴은 “색맹이라 처음에는 색을 배제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며 “지금은 시력 교정 렌즈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색을 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스터와 협업해 만든 조각, 관객이 석고 오브제를 스케치해 벽에 붙일 수 있는 참여형 작품, 영화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이 나와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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