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설립된 제넥신은 DNA 기반 항체융합 기술을 토대로 성장호르몬, 빈혈치료제 등을 개발해왔다. 현재 허가를 앞두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연내 중국에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고, 빈혈치료제는 국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합병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 바이오기업의 성장 공식을 따랐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기업들은 M&A로 성장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 창업 당시 보유한 기술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찾기 어렵다.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등으로 세계 20위 제약사로 발돋움한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핵산치료제 개발사로 설립된 이 회사는 연구개발(R&D)에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감염성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세계 최강자가 됐다. 그 동력은 2년에 한두 번꼴로 이뤄진 M&A였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M&A는 주로 생존 차원이었다. 본업과 무관한 화장품 회사, 빵집을 샀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다. 10년도 넘게 걸리는 신약 개발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상장 유지 조건이 비정상적인 M&A를 조장한 꼴이다. 10년 넘도록 매출이나 이익을 제대로 못 내도 상장폐지시키지 않는 바이오 트랙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바이오기업의 기술 평가 잣대도 M&A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창업 당시 보유 기술로 회사 경쟁력을 평가하는 관행이 문제다. 기술특례상장 심사에서 이런 일이 잦다. 설립 3, 4년차 바이오기업이 외부에서 기술을 들여왔다간 근원적인 기술력이 부족하다며 낙제점을 받기 십상이다. 이런 관행은 창업 아이템으로 시작한 파이프라인의 개발 성과가 시원찮아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오랜 돈 가뭄으로 상당수 바이오벤처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임상 초기 단계의 유망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곳조차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까다로운 상장 요건 때문에 상장을 기약할 수 없다 보니 자금줄이 마르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다. 이런 보틀록을 풀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M&A다. 수없는 임상 실패를 거듭하고도 M&A를 통해 새로운 엔진을 찾는 미국식 바이오산업 토양이 마련된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블록버스터 신약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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